[월요논단]독목불성림의 자세로 스마트공장 확산해야

18세기 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제조업을 가내수공업에서 공장제 기계공업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20세기 들어 시작된 작업표준화와 대량생산(2차 산업혁명), 공장 자동화(3차 산업혁명)는 비약적 생산성 발전을 가져왔고 이 과정에서 독일과 미국 등 선진국은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세계 경제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박청원 전자부품연구원장
박청원 전자부품연구원장

하지만 경제성장과 동반되는 노동 및 토지 비용 증가는 중국, 동남아 등 신흥국으로 생산거점 이전을 촉진했고 선진국은 금융, 서비스업 위주 3차 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전환시켜왔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제조업 부흥 없이 경제발전은 힘들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남겼으며 주요 선진국은 위기의식에 신흥국으로 옮겨간 제조 경쟁력을 되찾고자 미래 제조혁신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변화무쌍한 유위변전(有爲變轉) 시대 글로벌 경제는 ICT가 생산방식, 제품, 비즈니스 등 모든 가치사슬 단계에 걸쳐 융합되면서 제조업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는 또 하나의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제조업 강국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전략에서 제조업과 ICT 융합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통합시스템(CPS), 센서 등 기반기술 확보와 생산공정, 조달, 물류 및 서비스까지 통합 관리하는 ‘스마트공장 생태계 구축’ 주도권 확보에 적극적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실정은 어떠한가. 비록 영국보다 약 200년 뒤처진 1960년에서야 비로소 제조업 성장이 시작됐음에도 세계 수준 ICT 인프라를 보유했다. 전자, 자동차, 조선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정부는 눈앞으로 다가온 4차 산업협력에 대비해 ‘제조업 혁신 3.0 전략’에서 2020년까지 스마트공장 1만개 구축을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우리 기업이 제조업 현장에서 활용하는 부품, 기기, 공장 자동화 기술 등 많은 요소 기술은 독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가치사슬 간 정보·기술 공유가 어려운 폐쇄적 기업문화와 아직 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 제조공정 또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스마트공장 분야 글로벌 선도국가 진입과 보급·확산을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

먼저, 선진국과 전략적 협력으로 국내 스마트공장 기술을 빠른 시간 안에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이 앞서 있는 공장 운영기술(OT) 핵심기술과 우리가 보유한 IoT 등 경쟁력 있는 ICT를 융합한 새로운 스마트제조 플랫폼 기술(OT+ICT)을 완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우리 ICT에 기반을 두고 글로벌 표준화 활동에 적극 참여해 표준기술 개발 등 글로벌 제조혁신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구축된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단순 하드웨어 기업으로 전락하지 않으려 우리 기업이 분골쇄신한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 스마트공장 요소기술이 국내 산업계 전반에 확산 및 흡수될 수 있도록 기업 간 상생 노력이 절실하다. 개방형 혁신 생태계를 지향하고 대·중소기업 간 정보를 공유해 최종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제조활동이 유기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을 갖춰 시너지를 내야 한다. 지난달 ‘스마트 공장 전진대회’에서 보여준 대기업의 솔선수범 의지가 산업계 전반에 상생 에너지를 확산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선진국 기술을 추격하는 사이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전략으로 향후 10년 내 글로벌 3위를 목표로 우리 제조 경쟁력을 뛰어넘겠다고 역량을 모으고 있다. 여럿이 힘을 합쳐야 일이 된다는 ‘독목불성림(獨木不成林)’의 마음가짐으로 산·학·연·관이 혁신역량을 결집해 스마트공장을 확산, 제조업 혁신을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박청원 전자부품연구원장 cwpark9@ke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