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필호의 실크로드 속으로] (2) 실크로드의 발달과정은?

[박필호의 실크로드 속으로] (2) 실크로드의 발달과정은?

실크로드는 어떤 특정 지역들 간에 부분적으로 연결되어 있던 길들이 다른 지역으로 연장되는 것을 반복하다보니 유라시아 대륙에서 동쪽과 서쪽 사이에 혹은 남쪽과 북쪽 사이에 길고 긴 도로가 저절로 형성된 것 뿐임은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따라서 유라시아 대륙을 동서남북으로 연결하는 길고 긴 연결통로가 형성되기 이전에는 하나의 문화권이 다른 문화권과 교통을 하는 비교적 짧은 도로들이 우선적으로 여러가지 기능을 수행하였는데 그런 문화권을 크게 몇개의 단위로 구분지어 볼 수가 있다.

첫번째로 꼽을 수 있는 문화권 간의 교역로는 현재의 서안(西安: Xi’an)을 기준으로 하여 서안을 포함한 그 동쪽에 형성된 고전적 의미의 중국문화권과 서안을 기준으로 서쪽으로 천산산맥까지 펼쳐진 광야에 살던 중국 서북부 일대의 토카리안, 토번, 북쪽의 흉노, 돌궐(Turk) 등의 좁은 의미의 서역 문화권을 연결하는 교역로를 들 수가 있다. 다시말해 현재의 중국영토 중에서 동쪽을 하나로 묶는 문화권과 그 서쪽과 북쪽에 있는 또 다른 문화권 사이에 사는 사람들을 잇는 교역로가 오래 전 부터 형성되어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천산산맥과 파미르 산맥의 양쪽에 사는 사람들 간에 이루어진 교역로이다. 양대산맥의 동쪽에 사는 좁은 의미의 서역 문화권 사람들은 한족이 아니라 오히려 산맥 서쪽에 사는 민족들과 같은 계통이었다. 산맥의 서쪽에는 시대에 따라 트란삭시아나(Transoxiana) 혹은 소그디아나(Sogdiana) 등으로 현재의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즈스탄, 남부 카자흐스탄 지역에 걸친 중앙아시아 문화권이 형성되어 있었다. 고대의 중앙아시아 사람들은 긴 역사를 통해 천산산맥과 파미르 산맥 동쪽에 사는 사람들과 꾸준히 교류하였으므로 중국과 직접 관계없는 별개의 교역권을 오래 전 부터 형성하고 있었다.

세번째의 교역 및 문화권을 형성하는 실크로드를 들자면 중앙아시아 지역 사람들과 파르티아(Parthia) 혹은 페르시아(Persia) 지방 사람들 간의 교류를 통해 이루어진 통로 및 교역권이다. 현재의 이란 지역인 페르시아를 중심으로 한 역사는 참으로 변화무쌍하여 그들의 문화 혹은 문명을 한두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우나 고대에는 돌궐계통과 인도-유럽피안 계통들이 섞여살던 중앙아시아권 문화권과는 별개의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으면서 그들과 끊임없이 교류하였다.

네번째로 들 수 있는 문화권간의 교역로는 터어키(Anatolia), 시리아, 이집트 등 지중해를 접하고 있는 문화권과 그 동쪽의 페르시아 문화권간의 교역로 이들 간의 교역로는 더 나아가 서쪽으로 향하여 아프리카 북부의 지중해 연안길은 물론 홍해와 동북아프리카 일대로 뻗어나간 여러 갈래의 길로 연장이 된다. 이들 지중해 문화권은 그리스 및 로마 등 유럽지역과의 교역을 중계했던 곳들로 이들은 지리적으로 살펴보면 아시아 실크로드의 종점에 해당되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살펴보면 중국문화권과 지중해 문화권 사이에 서로 다른 다섯개의 문화 혹은 문명권이 존재했으며 그들 사이를 잇는 교역로들이 종국에는 하나로 연결됨으로서 실크로드라는 개념을 도입할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그외의 실크로드 예컨대, 인도에서 부터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연결되는 통로, 티벳트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인도로 연결되는 통로, 몽고 등 중국 북부지역에서 카스피해 북쪽을 경유해 유럽으로 들어가는 통로 등 다양한 교역로가 서로 다른 문화권끼리 교류를 할 수 있도록 닦여져 있었다. 그러나 교류가 가장 활발했던 것은 위에 언급한 다섯개의 문화권들이 서로 인접한 이웃 문화권과 교류를 했던 통로들이며 이 통로가 가장 길고 대표적인 실크로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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