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위기와 기회는 통한다

[데스크라인]위기와 기회는 통한다

요즘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몰려 있는 대덕특구가 뒤숭숭하다. 정부 주도 R&D 체제 혁신을 앞두고 있다.

다가올 조직 변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기관도 있다. 기관장 임기가 끝나면서 갈피조차 못 잡는 ‘레임덕’에 빠진 조직도 있다.

가장 심사가 복잡한 곳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다. 기관장이 나서 정부부처와 조직분리 수위를 두고 ‘밀당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내부 동요도 심하다.

KISTI는 지난 2000년 슈퍼컴 중심으로 운영되던 연구개발정보센터(KORDIC)와 정보유통을 주로 다루던 산업기술정보원(KINITI)을 합한 조직이다. 통합 당시에도 ‘먹는 물, 못 먹는 물 결합’ 논쟁으로 시끄러웠다.

이번에는 KISTI 내부 국가과학기술종합정보시스템(NTIS) 기능을 정부가 설립하려는 한국과학기술정책원으로 옮길 예정이다. 정책원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을 합쳐 만든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 입법예고까지 해놓은 상황이다.

KISTI 슈퍼컴퓨터 향방도 불안하다 KAIST로 간다는 소문이 돈다. KAIST는 최근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하는 초고성능컴퓨팅발전포럼을 출범시켰다. 포럼은 슈퍼컴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KISTI 슈퍼컴센터가 KAIST 부설로 간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1990년대 후반 이미 KAIST와 인연도 있다.

KAIST는 역동성 회복이 관건이다. 과학기술 인재양성기관으로서의 정체성과 역동성을 찾아야 한다. 이공계 대표 국책 인력양성기관으로서 교육 본연의 기능 정립이 관건이다.

다른 기관도 매한가지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연구장비 지원 및 분석과학 연구라는 고유 역할에서 벗어나 장비 개발로 기관 미션을 전환하려 한다. 가속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기초과학연구원과의 정체성이 애매하다.

예산 때문에 속이 타들어 가는 기관도 있다. ETRI다. 정부가 창조경제성 예산으로 추가 배정한 사업비 600억원이 위태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달탐사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애가 탄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도 진도가 더디다.

기관장 임기가 끝나는 조직도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오는 10월 30일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차기 원장 공모절차에 들어갔다. 지난달에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자리를 놓고 공모 중이다. 기관장 공모 절차에 들어가면 조직 실행력은 굳어진다.

훌륭한 지도자는 위기 때 돋보이는 법이다. 임진왜란을 치른 이순신 장군이 돋보이는 것은 미래를 늘 준비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 정신과 위부터 아래까지 하나로 묶어내는 팀워크를 만들 줄 알았기 때문이다. 철의 여인 영국 대처 수상은 강단 있기로 정평이 났다. 그러나 모든 일을 혼자 한 건 아니다. 소통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바탕 위에 강력한 실천이 뒤따랐다.

위기(危機)와 기회(機會)는 통한다. 맥이 통한다. 출연연 조직개편이나 새로운 기관장 모집은 과학기술발전이라는 전제 아래 일어나는 행위다. 목적과 목표는 같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개혁할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다. 빠르고 지속적인 실행이 관건이다.

박희범 전국취재팀장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