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사라진 내 계정...살리려면 신분증 파일 올려라

정보보호 전문가 A씨는 여느 때처럼 페이스북에 로그인을 시도했다. 갑자기 화면에 ‘실명이 아닌 것 같습니다’란 알림이 뜨며 로그인에 실패했다. 4년간 아무 문제없이 사용하던 페이스북 계정이 차단됐다. 개인 기록과 사진이 저장된 곳이었지만 사용자 의지와 상관없이 접속이 안 됐다. 한순간에 ‘사이버 미아’가 됐다. A씨는 페이스북과 한 달여에 걸쳐 승강이를 벌이고 결국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이 일부 이용자에게 사전 통보 없이 계정을 차단했다. 사용자 동의 없이 국내 어떤 사업자도 하지 않는 신분증 파일 등 과도한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이 요구하는 본인확인용 정부 발급 신분증.
페이스북이 요구하는 본인확인용 정부 발급 신분증.

페이스북은 실명 확인에 정부발급 신분증을 요구한다. 여권, 운전면허증, 출생증명서, 혼인증명서, 원주민 신분증, 차량 보험증서, 취업허가증, 장애인 증명서 등을 제시해야 한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중 실명 확인에 신분증 파일을 요구하는 곳은 없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는 지난해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주민등록번호도 수집하지 않는다. 이에 비해 페이스북은 실명 확인용으로 과도한 개인정보가 담긴 신분증 파일을 요구했다. 페이스북은 사용자가 실명과 실제 생년월일을 사용해야 회원 간 신원을 분명히 알 수 있다며 신분증 업로드를 강요한다.

A씨는 계정을 살리려고 페이스북이 요구하는 실명 증명 문서를 보냈지만 복구되지 않았다. A씨는 영어 이름을 사용했는데 페이스북은 한글 이름을 영문 표기로 바꿔 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사용하던 영문 이름이 실제 공식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증명하는 ‘영문 주민등록초본’ 서류도 보냈다. 이후 재직증명서와 신용카드 스캔 파일을 모두 보냈지만 계정은 복구되지 않았다.

A씨는 “페이스북이 어떤 경위로 4년이나 아무런 문제없이 사용하던 계정을 차단했는지 고지하지 않았다”며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막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4년 전 가입할 때는 본인 확인이 없었고 이때 제공한 정보와 추후 실명확인에서 요구하는 신분증만으로는 계정 주인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생년월일만 제출받더라도 국내법상 사용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페이스북은 법정 고지 항목이 부실해 위법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차단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것은 자기결정권 침해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이 조회가 사용자 간 안전한 사용을 위한 것이며 개인정보는 암호화해 보낸 이후 삭제한다고 밝혔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