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인간이 사이보그로···`터미네이터 제니시스`

기계가 세상을 지배하는 2029년. 인간 저항군 리더 존 코너와 부하 카일 리스는 로봇 군단 ‘스카이넷’에 맞선다. 스카이넷은 존 코너의 탄생을 막으려 터미네이터를 과거로 보내 그의 어머니 사라 코너를 노린다.

카일 리스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1984년 과거로 향한다. 하지만 사라 코너와 그를 지키는 T-800(아널드 슈워제네거 분)은 이미 로봇과의 전쟁을 준비하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존 코너 역시 과거로 오지만 그는 기계도 인간도 아닌 나노 터미네이터 T-3000으로 변해버렸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포스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포스터

다섯 번째 터미네이터 시리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지난달 개봉했다. 유명 한국 배우가 출연하는 것은 물론이고 인류의 희망이 사이보그로 변해 사상 최강의 적으로 등장한다는 설정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사이보그는 기계 장치나 전자기기에 의존하거나 도움을 받는 사람이나 자신의 능력과 신체적 한계를 기계 도움으로 뛰어넘은 사람을 뜻한다.

미국 사회과학 연구소 브루킹스는 지난 2013년 인간이 사이보그화(化)하는 ‘사이보기제이션(Cyborgization)’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벤자민 위테스 브루킹스 연구원과 제인 총 예일대 법대 졸업생이 공동 저술한 보고서는 스마트폰, 웨어러블 컴퓨터 등 다양한 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사이보기제이션이 새로운 트렌드로 정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영국 사이보그 운동가 닐 하비손은 선천적 색맹이었지만 ‘아이보그(eyeborg)’라는 장치를 머리에 이식한 이후 소리로 색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2년 그가 가두시위 장면을 촬영하고 있는 것으로 오해한 경찰이 카메라를 부숴버리기도 했다.

보고서는 “많은 사람이 전자기기를 사용하면서 영화 ‘터미네이터’ 사이보그 T-800의 능력에 근접하고 있다”며 “사이보기제이션이 정보 접근, 사생활, 소유권, 시민권, 사회 감시 등에 중요한 질문을 제기하며 궁극적으로 법률이 다뤄야 할 이슈”라고 주장했다.

사이보그는 지문, 발자국 등 인간이 자연적으로 생성하는 데이터 범주를 벗어나는 별도 전산 데이터를 생성한다. 이는 사이보그가 인간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로챌 수 있으며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주변 환경을 모니터링·기록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술이 다른 사람·사물에 관해 기록하는 것에 관해 사회·법률이 어떤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하는지 문제가 발생한다. 보고서는 대중의 사이보기제이션은 특히 감시와 관련된 법률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은 “신체 일부 역할을 수행하는 스마트폰, 구글 글라스 등은 단순한 도구 차원을 넘어 사이보기제이션을 확대하고 있다”며 “사이보그 사회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정책·법률을 마련하기 위한 선행 연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