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불협화음

[관망경]불협화음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연구개발(R&D) 혁신방안을 두고 곳곳에서 불협화음이 나온다. 현장 연구원은 물론이고 국회의원까지 나서서 반대 뜻을 밝혔다.

현장에선 R&D 혁신방안이 발표됐을 때부터 반대의사를 내비쳤다.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데다 현장 의견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부처간 이해관계 조정과 담합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이번엔 과학기술정책원(가칭) 설립이 암초에 부딪혔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달 한국과학기술정책원 설립 내용을 담은 ‘과학기술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 했고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해 통과시킬 계획이다. 하지만 반대의견이 거세지고 있어 일정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게 됐다.

당장 통합 당사자들의 반대가 크다. 기관을 전체 통합하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물론이고 기능 이관을 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과학기술정책원 설립을 강력히 저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 위원장은 기관 통합이 아무런 근거가 없고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과학기술계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비판도 했다. 이 위원장은 “국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반드시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이쯤 되면 불협화음 수준을 넘어 통합 무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불협화음이 나온 원인은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R&D 혁신방안을 만들고 기관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장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했다.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에 적용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R&D 혁신방안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이제라도 많은 사람을 이해시키고 불협화음을 줄이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