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인미디어]`암살` 발전과 종말은 한 몸, 폭발에 관하여

주먹만한 장치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용도에 따라 굉장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수십만명 삶을 한번에 끝낼 수 있는 위험한 무기가 된다.

‘폭탄’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최근 북한이 심어놓은 지뢰에 군인들이 부상을 당하는 등 휴전 상태 분단국가로서 안타까운 희생을 치르고 있다.

영화 `암살`에서는 폭탄으로 친일파와 일본 군인을 죽이려는 암살 시도가 등장한다
영화 `암살`에서는 폭탄으로 친일파와 일본 군인을 죽이려는 암살 시도가 등장한다

영화 ‘암살’에서는 사제 폭탄을 이용해 친일파와 일본 군인을 죽이려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배경은 1900년대 초반이지만 독립군이 던친 폭탄은 중형차 한 대를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이다.

폭발의 원리는 제한된 공간에서 에너지 부피가 급격하게 커지는 현상이다. 화약은 보통 연료, 산소공급, 촉진제 역할을 하는 물질로 이루어졌는데 각각이 섞여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눈깜짝 할 사이에 에너지를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작은 쇳덩어리 안에서 에너지가 갑자기 커지면 이를 둘러싼 껍데기는 그 증가량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 사방으로 튀어나간다. 핵폭탄 역시 핵이 쪼개지거나 합쳐질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고열, 충격파, 방사능으로 바뀌며 피해를 입힌다.

인류는 아주 먼 옛날부터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불꽃놀이, 신호전달 등에 화약을 사용했다.

인간은 ‘폭발의 원리’를 발견한 이래 항상 더 강한 힘을 원해왔다. ‘폭발의 원리’가 인명 살상용으로 등장한 것은 근대에 들어서다. 산업의 발전은 전쟁을 불러왔고 폭탄은 주인공이 됐다.

1846년 이탈리아 화학자인 아스카니오 소브레로는 인류 처음으로 니트로글리세린 합성에 성공한다. 니트로글리세린은 강력한 폭발력을 지녔지만 액체상태로 매우 불안정해 다루기 어려웠다. 흔들리면 터져버렸다.

우리가 잘 아는 노벨은 이 니트로글리세린을 고체화 한 인물이다. 규조토에 니트로글리세린을 흡수시키면 폭발력을 유지하면서 안정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이나마이트의 탄생이다.

노벨이 다이나마이트를 만든 것은 불안정한 니트로글리세린으로 인한 피해가 컸기 때문이었다. 노벨의 동생도 니트로글리세린 폭발 사고로 숨졌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의 순수한 의도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산업 현장에서 위력을 증명한 다이나마이트는 곧 대상을 넓힌다.

다이나마이트는 1870년 프랑스와 독일(당시 프로이센) 전쟁에서 처음 인명살상에 동원됐다.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모습을 바꿔가며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고통을 줬다. 노벨이 말년에 다이나마이트 발명을 후회하며 노벨상을 만든 이야기는 유명하다

핵무기로 세계평화를 유지한다는 이야기가 통하는 요즘, 폭탄 자체를 놓고 선악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인류는 앞으로도 폭발을 활용해 누군가를 죽이거나 문명을 발전시킬 것이다. 종종 영화에도 등장하듯 인류는 폭발로 역사를 끝낼 수도 있다. 발전과 종말을 사실 한 몸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