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임피제

[관망경]임피제

공공기관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는데 ‘임피제’라는 말이 나왔다. 말하기 쉽게 짧게 줄인 탓에 정체불명 단어로 여겨지지만 바로 ‘임금피크제’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에 이어 총리, 부총리, 장관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언급한 덕에 임금피크제는 화제어가 됐다. 대통령 설명에 따르면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을 하되 임금은 조금씩 양보해 청년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것이다. 설명대로라면 임금이 줄어도 정년이 길어지니 기존 근로자로서는 나쁠 게 없다. 청년층은 취업 기회가 늘어나니 환영할 일이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해 우선 공공기관에 도입할 방침이다. 벌써부터 미도입 기관은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경고 메시지가 나왔다. 경영평가에도 반영하니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임금피크제 도입이 사실상 필수다. 대통령이 연내 공공기관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천명했으니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까지는 큰 그림이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현장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들린다. “정부가 시키는데 공공기관이 무슨 힘으로 버티겠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이왕 하려면 한발 앞서 도입해 이득(인센티브)을 챙기자”는 지략가도 있다.

또 한편에서는 “왜 공공기관만 도입하나. 공무원(정부 부처)도 도입하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를 전해들은 한 공무원은 “중앙부처 정년 보장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정년만 보장해주면 얼마든지 임금피크제 수용하겠다”고 거꾸로 반긴다. “어차피 요즘 어느 직장도 정년까지 근무하기 힘드니 임금피크제 하든지 말든지 별 상관없다”는 회의론자도 있다.

노동개혁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좀처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임금피크제 하나만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제도 시행 여부에 함몰되지 말고 건강한 노동시장 구현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끄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