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국회의원의 전문성

오는 10일 시작되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미래창조과학부·방송통신위원회 실무자 표정에 피곤함이 역력하다.

국감이 시작도 안 됐는데 벌써부터 피로감을 토로한다. 매년 반복되는 연례행사라 익숙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피곤 정도가 심해진다고 되받는다. 쏟아지는 국감 자료 준비는 이골이 났다. 산더미 같은 분량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정도다.

정작 실무자를 피곤하게 만드는 건 따로 있다. 내용과 분량 모두 ‘상상’을 초월하는 자료 요청이다.

실무자가 황당무계한 자료 요구라고 지칭하는 것으로, 전례가 없음은 물론이고 자료 수집과 작성 등 준비 자체가 곤란한 경우다.

문제는 황당한 자료 요구가 갈수록 많아진다는 것이다. 그나마 실무자가 위안으로 삼는 건 이번 국회 마지막 국감 준비라는 점이다.

어느덧 19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다. 19대 회기 내내 구태의연한 국감을 보았던 터라 마지막이라고 특별한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19대 국회 미방위 국감이 수준 이하로 일관한 건 아니다. 모범사례도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국가별 통신비 비교자료의 정확도와 신뢰도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권 의원 지적 이후 가계 통신비에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물론이고 정확한 분석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도 이끌어냈다.

통상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는 것을 ‘유종의 미’라 한다. 19대 마지막 국감에서 제2의 권은희 의원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질타와 면박이 아닌 올바른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는 그런 의원 말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

[관망경]국회의원의 전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