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프로젝트]<445> B2B에서 활로찾는 일본 전자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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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자업계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TV와 생활가전에서 삼성전자, LG전자에 주도권을 내줬지만 강력한 기초기술과 소재·부품 역량을 활용해 기업 간 거래(B2B)에서 활로를 찾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 의지와 엔화 약세로 인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며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불과 10여년 전 “일본을 이겼다”며 들떴던 우리 전자업계도 일본의 재부상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희망프로젝트]<445> B2B에서 활로찾는 일본 전자산업

TV 왕좌를 내준 소니는 스마트폰과 카메라에 들어가는 ‘이미지센서’로 수익을 늘리고 있고 파나소닉은 태양광·에너지에서 미래를 찾고 있습니다. 히타치는 고속철도, 발전소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서 세계 최강을 노립니다. 도시바와 세이코엡손은 로봇에서 두각을 드러냅니다. TV와 백색가전 분야에서 한국과 중국이 부상할 동안 일찍이 새 먹거리를 찾았습니다.

일본의 변화는 우리에게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기업은 수많은 인력을 고용해 국가경제를 이끄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발전·존속해야 고용이 지속되고 많은 협력업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전통분야에서 한국·중국과의 출혈경쟁을 피하는 대신 아무도 개척하지 않은 ‘블루오션’에 뛰어든 일본 전자업계는 새로운 전성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Q:기업별로 어떤 전략과 방향을 갖고 있나요?

A:소니는 세계 카메라 시장에서 인정받은 ‘이미지센서’ 분야서 독보적입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자동차 블랙박스 등 영상 촬영 수단과 수요가 늘어나면서 세계적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동차 후방 카메라 적용이 보편화되면서 완성차 업계 주문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일본 내 경쟁 카메라 업체들도 이미지센서는 소니에서 찾습니다.

소니는 이에 힘입어 지난 7월 조달한 420억엔 중 84%를 이미지센서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소니 이미지센서 점유율은 40.3%였으며 올해 2분기 판매실적은 전년 동기대비 62% 늘었습니다.

파나소닉은 자동차에 관심이 많습니다. 직접 완성차를 만들지 않지만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전장 부품, 중대형 이차전지 등으로 구성된 ‘자동차 솔루션’ 사업으로 도요타, 닛산 등 일본은 물론이고 테슬라, 포드 등 해외 업계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는 테슬라와 함께 세계 최대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 ‘기가팩토리’를 건설,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중·장년층에 친숙한 ‘히타치 가전’은 추억이 되고 있습니다. 히타치는 대신 SOC 전문기업으로 거듭나려 합니다. 최근 2500억엔을 들여 이탈리아 ‘핀메카니카’ 철도사업부문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내년에는 영국 철도차량 공장을 가동합니다. 세계적 ‘고속철 붐’을 타고 독일 지멘스, 프랑스 알스톰, 캐나다 봄바르디어 등 서구권이 장악한 철도차량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Q:일본 업계 노력의 세계적 성과는 어떤 게 있나요?

A:높이 643m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축물 ‘도쿄 스카이트리’를 수놓은 조명은 파나소닉 LED입니다. 세계 최초로 일본 과학자들이 개발한 ‘청색 LED’가 지난해 노벨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청색 LED는 흰색을 구현하기 위해 LED 빛의 3원색에서 필수적이지만 개발이 어려웠다고 합니다. 도쿄 스카이트리 조명은 LED에 대한 일본의 자부심입니다.

2027년 도쿄와 나고야 간 286㎞를 40분에 연결할 ‘주오 신칸센’에는 미쓰비시와 히타치 등 일본 철도업계 기술이 집약된 자기부상열차가 운행됩니다. 시속 505㎞로 현존하는 상업용 육상교통수단 중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할 예정입니다. 일본 정부는 이를 미국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사업에 무상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는 등 고속철도시장 선점에 잰걸음입니다.

Q:우리 기업의 B2B 경쟁력은 어디까지 왔나요?

A:삼성전자와 LG전자도 ‘B2B에 미래가 있다’는 일본 업계와 뜻을 같이합니다. 삼성전자는 ‘삼성 비즈니스’ 브랜드로 디지털 사이니지, 태블릿PC, 복합기 등 B2B 제품과 솔루션을 판매합니다. LG전자는 자동차 부품을 전담하는 VC사업을 사업본부로 승격시켜 LG그룹의 미래를 걸었습니다. 지속적으로 매출을 늘리며 내년에는 본격적인 수익 창출도 기대합니다.

◇‘전자재료왕국 일본의 역습’ 이즈미야 와타루 지음, 성안당 펴냄.

‘전자재료왕국 일본의 역습’ 이즈미야 와타루 지음, 성안당 펴냄.
<‘전자재료왕국 일본의 역습’ 이즈미야 와타루 지음, 성안당 펴냄.>

소재·부품 경쟁력을 발판삼아 위기를 기회로 바꾼 일본기업 성공경험을 다뤘다. 저자는 일본 반도체 업계를 장기간 취재하며 일본 전자업계 불황탈출 배경을 소재·부품에서 찾았다. 실제 기업을 탐방하며 그들의 철학과 생존전략을 사례와 곁들였다. 불황을 딛고 부활하고 있는 일본 경제 중심에 있는 소재·부품 업계를 살펴볼 수 있다.

디스플레이 재료로 승부하는 파나소닉, 샤프, 소니를 비롯해 일본 전통기술을 살린 닛폰고도지공업, 타키론, 후지프레암, 교리쓰화학산업, 닛산화학과 환경·나노텍·에너지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는 신소재 기업 이야기가 담겼다.

◇‘일본 전자·반도체 대붕괴의 교훈’ 유노가미 다카시 지음, 성안당 펴냄.

‘일본 전자·반도체 대붕괴의 교훈’ 유노가미 다카시 지음, 성안당 펴냄.
<‘일본 전자·반도체 대붕괴의 교훈’ 유노가미 다카시 지음, 성안당 펴냄.>

2000년대 일본 제조업 붕괴의 근본 원인을 분석해 지속 가능한 제조업의 길을 제언한다. 소니, 샤프, 파나소닉의 경영실패와 엘피다의 도산, 르네사스 불황을 다뤘다.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전자·반도체 업계 현 주소와 일본 반도체 업계의 미래 발전방향을 논한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