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한발 물러선 행자부

정부는 국가 정책을 수립하고 수행하는 기관이다.

잘된 정책은 국가를 발전시키지만 그렇지 못하면 국가를 위태로운 상황에 빠뜨릴 수 있다. 조그마한 정책 하나라도 국민 의견을 존중하고 심사숙고해야 하는 이유다.

[관망경]한발 물러선 행자부

사립대 창업보육센터 재산세 부과로 논란을 빚다 방향을 급선회한 행정자치부 정책만 놓고 봐도 그렇다.

전국 160여개에 달하는 사립대 창업보육센터 관계자는 지난 5월 행정자치부 손을 들어준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면서 정부 정책에 분노했다. 하루아침에 임대사업자로 전략해 20여년간 창업보육 전진기지로 위상을 쌓아온 자긍심과 위상이 크게 실추됐기 때문이다.

국공립대와 마찬가지로 사립대도 재산세 면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와도 행자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법 규정에 따라 사립대 창업보육센터는 재산세 면제 대상이 아니라며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그러나 전국 200여개 대학 창업보육센터가 총리실에 법 개정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프레스센터를 찾아 언론에 잘못된 정부 정책을 규탄하는 등 적극 대응에 나서자 행자부는 돌연 방침을 바꿨다.

정종섭 행자부 장관이 이달 초 부산 동의대를 방문,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 자리에는 한정화 중기청장도 함께했다. 부처 장관과 외청장이 함께 대학 창업보육센터를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딱 봐도 행자부 얼굴 세워주는 모양새다. 그동안 완강하게 반대하다 갑자기 법을 고치기는 머쓱하니 장관을 내세워 화해 메시지를 보냈다. 두 부처는 사립대 창업보육센터 재산세 면제 조항을 포함시킨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국가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립대에만 임대사업자 꼬리표를 붙인다면 그건 악법이다. 이제부터라도 창업보육센터가 창조경제 전진기지로 다시 위상을 찾을 수 있도록 행자부와 중기청이 힘을 모아야 한다.

신선미 전국취재부장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