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기대되는 구석방

[관망경]기대되는 구석방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3층 복도 끝에 낯선 사무공간이 조성됐다. 통상적으로 정부청사는 업무 효율화를 위해 국별로 사무실이 위치한다. 같은 국 소속과가 같은 층, 같은 공간에 자리잡는 식이다. 산업부 역시 비슷하다. 원래 3층 주인은 무역정책관(국)과 투자정책관이다.

3층 구석에 자리한 방은 좀 다르다. 처음 온 사람은 찾기도 힘든 구석방에 기업정책팀, 전자상거래팀, 사업개발팀이 모여 있다. 소속 실·국이 산업정책실 산업정책관, 산업기반실 창의산업정책관, 통상차관보실 통상협력국으로 제각각이다. 그렇다고 함께 일을 도모하는 팀도 아니다. 정부청사에서는 보기 드문 배치다.

세 팀은 산업부가 최근 한두 달 사이 신설한 조직이다. 정부청사 구조상 부서별로 여유 공간이 없다 보니 의도치 않게 구석방으로 밀려났다.

산업부는 요즘 걱정거리가 많다. 제조업 위기론이 식을 줄 모른다. 수출은 지난달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정상외교와 통상 네트워크가 넓어졌지만 기업 신규 해외 프로젝트 수주 소식은 잘 들리지 않는다.

세 팀은 이들 현안에 대응하려 만들어졌다. 기업정책팀은 기업 사업구조재편을 돕는 이른바 ‘원샷법’ 지원, 전자상거래팀은 온라인 역직구(수출) 활성화가 목적이다. 사업개발팀은 해외 신규 프로젝트를 조기 발굴해 국내 기업에 연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비록 그럴싸한 간판도 없는 구석방이지만 이곳에 모인 팀 중요성은 크다.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수출 회복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팀은 정식 직제가 아니어서 비교적 신설·개편이 용이하다. 이 때문에 가끔은 인사 적체 해소 방안으로 쓰이기도 한다. 3층 구석방에 모인 팀이 이런 편견을 깨고 우리 제조업과 수출에 활기를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