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우선순위

[관망경]우선순위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사안에 따라 먼저 해야 할 게 있고 좀 미뤘다 할 것도 있다. 뒤로 미룬 일에는 미안하지만 몸이 하나니 어쩔 수 없다. 컴퓨터 ‘멀티 태스킹’ 기능처럼 동시에 여러 일을 해보려 하지만 한계가 있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은 제한이 있다. 저소득층 지원 예산을 늘리면 복지 문제 해소에 도움이 되겠지만 정부 세입은 무한대가 아니다. 담당 인력을 무한정 배치할 수도 없다.

역대 최대 규모 자유무역협정으로 주목받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이 가입하지 않아 ‘실기(失期)’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 정부가 FTA 네트워크 확장에 적극적이었기에 TPP 미가입이 도마에 오른 것은 당연하다.

정부가 TPP에 합류하지 않은 것은 우선순위 때문이다. 전직 통상 고위관계자는 “과거 TPP에 합류하지 않은 것은 우선순위에 따른 불가항력적인 것이었다”고 말했다. TPP 협상 초기에는 이미 한미 FTA로 인한 국내 갈등이 극에 달했다. 새로운 거대 FTA를 공론화할 상황이 못 됐다. 이후에는 TPP보다 한중 FTA에 주력하느라 기회를 놓쳤다.

우선순위 설정에 따른 대가는 이제 곧 치른다. TPP에 뒤늦게 가입하는 만큼 우리가 감당해야 할 진입비용은 높아진다. 한중 FTA 효과가 이를 상쇄하기를 바랄 뿐이다.

중요한 것은 향후 우선순위다. 한중 FTA 발효와 TPP 가입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취해야 할 우선순위는 자명하다. 한중 FTA 효과를 극대화하고 TPP 지각 가입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최우선이다.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 아무리 좋은 자유무역지대가 형성돼도 그림의 떡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