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1965년에 상상한 2000년대, 지금 그려보는 20년 후

영상통화로 친구와 만날 약속을 정하고 전기자동차로 약속장소에 간다. 외출 후 돌아오니 감기몸살 증세가 있어 태양열 보일러를 켜고 원격진료 서비스로 검진을 받았다. 청소는 로봇에게 맡겼다.

지금 우리가 흔히 누리는 일상이어서 놀라울 것도 없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1965년에 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변변한 기술도 없던 시대에 놀랍도록 정확히 미래를 예측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미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과학자, 작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예측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공학계 석학과 산업계 리더로 구성된 한국공학한림원(회장 오영호)이 20년 후 미래 모습을 전망했다.

공학한림원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20년 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2035년, 대한민국 미래 도전기술 20선’을 선정해 발표했다. 성장하는 사회, 스마트한 사회, 건강한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 안전한 사회 5대 분야에서 20년 후 주목받을 기술을 선정하고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을 예측했다.

◇1965년에 놀랍도록 정확히 예측한 2000년대

[과학 핫이슈]1965년에 상상한 2000년대, 지금 그려보는 20년 후

‘심술통’으로 유명한 만화가 이정문 화백은 1965년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라는 상상도를 그렸다. 앞으로 35년 후 우리 생활이 얼마나 달라질지를 주제로 한 한 장의 그림이다.

여기에 묘사된 2000년대 생활 모습은 지금 생활과 거의 흡사하다. 태양열을 이용해 가정에 난방과 전기를 공급하고 공해가 없는 전기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전파를 이용해 TV로 신문을 보는 모습은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된 현재와 같다. 소형 TV전화기로 친구와 통화하는 모습도 그려져 있다. 이는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를 하는 것과 일치한다. 움직이는 도로는 지하철역이나 공항 등에서 흔히 이용하는 무빙워크와 비슷하다. 이 밖에 컴퓨터가 우리 생활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은 물론이고 원격진료와 원격교육, 청소로봇까지 지금 생활 모습을 그대로 예상해냈다.

유일하게 현실화되지 않은 것은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로 수학여행을 가는 것이다. 그러나 돈만 있으면 스페이스X 등 민간 우주 여행사로 우주비행이 가능한 현재 상황을 보면 언젠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학생잡지에 실렸던 이 그림은 당시 흥미로운 만화에 불과했지만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이 떨어지던 과거에 현재 모습을 이토록 정확히 예상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화백 상상력도 대단하지만 상상을 모두 현실화한 기술 발전도 놀라운 것이다.

◇20년 후 스마트한 사회에서 건강하게

[과학 핫이슈]1965년에 상상한 2000년대, 지금 그려보는 20년 후

20년 후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공학한림원은 우리 사회가 한층 스마트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고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을 적용해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반자율주행차도 나온다. 전기 자동차가 도로를 점령하고 경쟁자로 연료전지자동차가 부상한다.

우리가 사는 도시는 경제적 생산성과 삶의 질을 극대화하고 자원소비와 환경오염은 최소화하는 스마트도시 기술이 적용된다. 스마트도시 기술은 다양한 정보통신기술을 사용해 도시 거버넌스, 에너지, 교통, 건물, 상하수도, 폐기물, 보건, 안전, 재난 등 관리를 효율화한다.

사람은 각종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다양한 기기와 연결하는 만물인터넷(IoE:Internet of Everything) 세상에서 생활한다. 사람이 착용한 안경, 손목시계, 허리띠 장식, 옷 단추, 운동화 등 입는 장치에 내장된 컴퓨터는 주변에 설치된 컴퓨터와 무선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자기들끼리는 인체에 형성되는 통신망인 보디넷(bodynet)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

만물인터넷이 완벽하게 구축돼 거의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로 거듭난다. 초연결 사회는 사람의 모든 움직임이 낱낱이 추적되고 기록되는 세상, 그래서 우리를 둘러싼 거의 모든 것이 살아있는 세상이다.

건강을 지켜주는 기술도 크게 발전한다.

분자진단 기술이 진화하면서 생명 기본 단위인 DNA 비밀이 밝혀지고 분자 수준에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분자의학이 출현한다. 분자진단이 의료기술 혁명을 일으키고 나노의학 발달로 치료까지 진전돼 질병관리가 용이해진다.

환자가 병원에 직접 가지 않아도 의사와 상담하고 진료 받을 수 있는 사이버 헬스케어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격진료가 가능하게 된 데는 가상현실 기술이 발달한 것도 한몫했다.

환자 치료에는 맞춤형 제약기술과 맞춤형 치료기술을 사용한다. 환자 개개인 유전정보와 병리생리학 정보 등을 고려한 치료제를 적용하고 개인용 유전자지도를 보고 질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유전자치료 시대도 열린다.

◇기술 진화로 성장하는 사회

무인항공기와 포스트 실리콘, 서비스 로봇 등은 미래 사회 새 성장동력이 될 분야로 꼽혔다.

무인항공기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정보통신과 정밀기계 기술을 활용해 2035년 국제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인항공기 활용분야도 군사용은 물론이고 농약 살포 같은 무인 방제, 감시 및 정찰, 정밀 항공촬영 등으로 확대가 예상된다.

반도체 산업은 실리콘을 넘어 새로운 소재가 주목받는 포스트 실리콘 시대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무어의 법칙이 나온 이후 40년이 지난 2015년 현재까지는 정확히 들어맞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실리콘 반도체 기술의 본질적 한계로 조만간 한계가 올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무어의 법칙이 종료되면 새로운 나노소재와 컴퓨터 아키텍처가 대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로봇은 일상생활에서 쓰임새가 극대화된다. 특히 고령자나 장애인을 도와주는 로봇이 각 가정에 필수품이 되면 사회적 약자 삶의 질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사 로봇에 의존해 운동량이 부족해지면서 비만이 증가하거나 저소득 여성 노동자 일자리가 줄어드는 문제도 나타날 것으로 우려된다.

오영호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공학계 리더가 바라본 20년 후 한국의 미래 먹거리 기술은 지속적 성장을 위해 우리나라가 집중해야 할 기술개발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