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지상 412m 상공에 발을 딛다···`하늘을 걷는 남자`

필립(조셉 고든 레빗 분)은 어느 날 미국 뉴욕에 412m 높이 쌍둥이 빌딩 ‘월드 트레이드 센터(WTC)’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한다.

어린 시절부터 곡예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하늘을 걷겠다’는 일념으로 무모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위험한 도전에 나선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WTC가 정식으로 문을 열기 전에 두 빌딩 사이를 외줄을 타고 건너겠다는 것이다. 필립은 자신을 돕는 조력자와 이 같은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뜻밖의 위기 상황을 맞는다.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가 지난달 국내 개봉했다. 지난 1976년 WTC 빌딩 양 쪽 꼭대기를 외줄로 이어 건넌 프랑스 곡예사 필리페 페팃 실제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페팃은 안전장치 하나 없이 장대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외줄을 타고 무려 여덟 번이나 WTC 빌딩 사이를 오갔다.

[사이언스 인 미디어]지상 412m 상공에 발을 딛다···`하늘을 걷는 남자`

곡예사가 외줄타기에 장대를 이용하는 것은 ‘회전관성’이 커져 맨손일때 보다 무게중심을 쉽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회전관성은 물리학 용어로 회전하거나 또는 회전하지 않는 물체가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특성을 뜻한다. 장대는 회전관성을 키워 자신의 몸이 외줄에서 회전하거나 무게중심이 한 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바람 영향으로 몸이나 줄이 흔들려도 장대 무게가 중심을 잡아 줄 수 있고, 맨손으로 줄을 탈 때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자세를 수정할 수 있다. 페팃이 WTC를 8회 왕복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균형감각과 장대를 이용한 회전관성을 충분히 활용한 덕분이다.

수㎝에 불과한 줄 위에서 몸을 가누고, 걷기까지 해야 하는 외줄타기는 무게중심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칫 발을 헛딛거나 균형을 잃으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통 외줄타기는 장대를 이용하는 서양과 달리 주로 부채로 활용한다. 몸이 기우는 반대 방향으로 바람을 일으켜 균형을 잡을 수 있고 멋들어진 동작도 연출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외줄타기 곡예에서는 얼굴 정면으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을 막으면서 시야를 확보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해외 유명 곡예사들은 현재도 ‘하늘을 걷는’ 도전에 나서고 있다. 그는 외줄타기 중 추락해 사망한 증조할아버지 꿈을 이루기 위해 초고도 상공에서 외줄을 타고 있다.

미국 외줄타기 명인 닉 왈렌다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나이아가라 폭포 상공 46m 높이에서 외줄타기에 성공했다. 길이 196m, 폭 5㎝ 외줄을 건너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듬해 그랜드캐니언 협곡 450m 상공, 지난해 미국 시카고 초고층 빌딩 200m 상공을 각각 건너며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