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시간능력자들의 세상 `타이밍`

타이밍 포스터
타이밍 포스터

시간을 해가 뜨고 질 때로 느슨하게 판단하던 옛날이나 분초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하는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점은 시간은 흐른다는 것과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무도 정확하게 대답할 수 없겠지만 우리가 조금 전에서 조금 후로 끊임없이 무너져 내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 놓여 있고 또 누구도 조금 전으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시간의 속성에 상상력이 조금만 가미되면 아주 훌륭한 이야깃거리가 된다. ‘시간여행’이 대표적이다. ‘빽 투 더 퓨처’에서 ‘터미네이터’까지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은 많은 영화 단골 소재였다. 시간을 돌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재밌을 것인가.

미래로 가서 어떤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사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 시간을 멈추게 하거나 거꾸로 흐르게 하는 등 상상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자연 질서를 무너뜨리고 흥미진진한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시간+상상력’ 매력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과학자들에 따르면 블랙홀처럼 중력이 아주 큰 곳이나 우주정거장처럼 속도가 매우 빠른 곳에서는 시간이 조금 느리거나 빠르게 흐른다고 한다. 단순히 상상으로만 그칠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다음 달 10일 개봉을 앞둔 국산 애니메이션 ‘타이밍’은 이 같은 상상력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만화가 강풀이 한 포털사이트에 웹툰 형태로 연재한 이 작품에는 미래를 꿈꾸는 자, 시간을 멈추는 자, 시간을 되돌리는 자, 1000분의 1초를 느끼는 자가 시간능력자로 등장한다. 이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정말 결정이 어려울 것 같은 매력적인 능력이다.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자가 어느 날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는 이를 막으려 다른 시간능력자를 찾아 도움을 청한다. 이들은 어떤 사고가 일어날 것을 알게 되면 시간을 되돌리거나 멈추게 해서 사고를 방지기도 한다. 끈끈한 팀워크로 각자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다. 강풀 작가 특유 탄탄한 스토리와 독특한 구성으로 시간능력자 간 협력은 매우 교묘하게 이뤄진다.

웹툰 원작은 뛰어난 작품성으로 온라인에선 이미 ‘명작’ 반열에 올라있는데 이번 극장 애니메이션에서 얼마나 원작에 근접한 재미와 감동을 전달해줄지 기대를 모은다. 웹툰만 놓고 본다면 소재와 구성의 독창성이 우리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작품이라 생각된다.

흔히 어떤 초능력을 갖고 싶은지에 따라 그 사람의 무의식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하늘을 나는 슈퍼맨이 되고 싶다고 하면 힘을 추종한다거나, 투명인간이 되고 싶다면 성적욕망이 강하다고 보는 식이다. 물론 근거는 불확실하지만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연말 개봉하는 타이밍이 성공을 거뒀을 때 사람들이 현재를 떠나 다른 시대로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무의식을 표출한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지나친 과대망상이 될 것인가.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