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롯데는 왜 공공의 적이 됐을까

롯데그룹은 왜 ‘공공의 적’이 됐을까.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시작된 롯데그룹에 대한 반기업정서가 악화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주말 결정된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롯데월드점 사업권을 잃었다.

이를 두고 소상공인연합회는 “대기업이 골목상권의 유통망과 관광산업의 특혜를 독식하겠다는 탐욕스러운 경영행태를 보여왔다”며 “국민과 전국 소상공인 모두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논평했다.

측은지심이 자리 잡은 우리 정서상 어려움을 겪은 당사자에게 독설에 가까운 논평을 쏟아낸 것은 그동안 롯데그룹에 쌓인 국민정서가 어떤지를 보여준다.

이 같은 정서는 경영권 분쟁 이전에도 수차례 나타났다. 제2 롯데월드 안전사고와 아쿠아리움 누수는 물론이고 직접 원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석촌호수 수위 저하로 인한 싱크홀 등 문제로 롯데는 집중 포화를 맞았다.

설상가상으로 경영권 분쟁 이후 빚어진 일본기업이라는 국적 논란이 더해지며 백화점, 마트, 과자 등 친숙한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다.

그룹의 명성과 이미지 추락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국회에서는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일명 ‘롯데법’으로 불리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허위자료를 제출한 그룹 총수에게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공정위에 기업 현황자료를 거짓 제출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제출을 거부하면 총수가 최장 2년까지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정부는 물론 여야 간 이견이 없고 국민 관심도 높아 이번 정기국회 처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반기업 정서에 신동빈 회장은 “(롯데는) 우리나라에서 매출의 95%가 발생하는 한국기업”이라며 국민감정에 호소하거나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면세점 탈락 이후에는 “99%가 나 때문…고용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는 등 진정성을 나타내려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민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런 반기업 정서가 롯데만의 문제는 아니다. 롯데가 대표로 유탄을 맞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 정서는 이미 정도를 넘어섰다.

몇 년 전 만났던 대기업 그룹사 임원은 “상생(혹은 동반성장)은 더는 기업이 시혜적인 위치에서 베푸는 행위에 그칠 수 없다”며 “상생은 기업의 생존(연속성)과 직결되는 중요한 이슈가 됐다”고 진단했다. 당시는 동반성장위원회가 만들어지는 등 상생이 국가적인 화두로 등장했던 시점이다.

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상생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보편적 가치가 됐다. 하지만 그 가치를 대기업이 실천하고 있는지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사회에 만연한 반기업 정서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면 생존이 위협받는 시대가 됐다. 민심은 천심이다. 기업이 국민정서를 외면하면 국민도 그 기업을 외면한다.

롯데는 물론이고 많은 대기업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