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창조경제, 구호에만 그칠 것인가?

[미래포럼]창조경제, 구호에만 그칠 것인가?

지난 십수년간 매년 낙엽이 지면서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되면 오히려 가슴 한가운데부터 따뜻함과 설렘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유년부 학생부터 당장 상용화해 제품으로도 출시가 가능할 정도의 작품을 내놓는 일반부까지 ‘임베디드SW 공모대전’ 최종 결선이 매년 11월 말에 있고, 나는 그동안 행사 진행을 늘 같이 해왔기 때문이다.

13년 전 정보통신부가 있었던 2003년도에 처음 실시된 제1회 대회는 80여팀 250명이 출전해 총 3000만원 상금으로 시작됐다. 작년 12회 대회는 800여팀에 3800명이나 됐고 특히 해외 팀이 참가하는 등 총상금 1억1000만원의 국제대회 수준으로 격상하면서 IT 강국의 대표적인 경진대회라고 자부한다. 그동안 정부 지원과 관련 분야 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는 물론이고 주최 측의 다양한 시도가 대회 발전 토대다. 그래서 12년간 임베디드SW 공모대전을 거쳐 2만명 가까운 SW 인력이 양성되고 이들이 사회 곳곳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참여자로서 자긍심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물론 국내에는 지난 30여년 가까이 다양한 분야별 SW 대회를 치러 온 글로벌SW공모대전도 있고 전문 성격을 가진 공개 SW를 주제로 9회 대회를 치르고 있는 ‘공개SW 개발자 대회’, 보안기술을 주제로 8년간 이어 온 화이트해커보안대회인 ‘코드게이트’ 등도 있다. 해외는 특히 미국 ‘ACM ICPC’는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SW 대회인데 1977년 시작돼 40여년이나 됐고 이 대회에 출전하려면 각 나라에서 진행되는 지역 예선을 먼저 거쳐야 한다. 이런 국제적인 경진대회 성격을 띤 것으로 2003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가 주관하는 ‘이매진컵’과 구글의 ‘코드잼’이 있다. 최근 페이스북이 주관하는 ‘해커컵’도 매우 인기 있는 국제 SW대회다.

그 중에서도 내가 참여하고 있는 국내 임베디드SW 공모대전은 임베디드SW 인력을 관련 산업계에 공급하도록 SW가 어떻게 HW에 내장돼 작동시키는지 직접 체험함으로써 창의적 SW 인력 저변을 확대했다. 그래서 혁신적인 SW 개발 아이디어를 획득하고, 산업 간 협업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을 발굴하고 양성함으로써 SW에 대한 범국민적 인식을 제고함과 동시에 국산 SW 세계화 지향에 일익을 담당해 국가 경제 발전에 보탬이 되고 있다. 더욱이 임베디드SW 산업은 중국의 급속한 성장과 선진국 견제로 인해 존폐 위기에 봉착한 우리 제조기반 주력산업의 고부가가치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즉 임베디드 SW는 제품 지능화와 첨단화를 구현하는 핵심으로 정보가전이나 일부 제조 제품에서 창출하는 부가가치 역할이 절반 이상을 차한다. 천연자원이 절대 부족한 우리나라 경제 핵심 산업부문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세계 경제에 대응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국운을 융성하기 위해 국민 개개인의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과학, 정보통신(ICT) 기술, 산업 간 융·복합을 촉진해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창조경제’라고 한다. 과거 국내 SW에 대한 인식은 HW 부속품 수준으로 하위의 당연히 제공되는 기술로 분류됐다. 하지만 정보화시대가 찾아오며 지금은 SW 기술이 미래창조 경제사회 핵심으로 인정받고 있다. 즉 충분한 사전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아이디어를 SW로 구현할 수 있는 종합적 창조경제형 인재가 우리나라에 꼭 필요하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시 모든 SW 연관 부문을 미래부로 모으면서도 산업부에 임베디드SW 부서를 남기는 것을 의아해 했다. 혹시나 SW 정책 혼선으로 자칫 지금껏 땀 흘려 쌓아 온 인력 양성 토대가 흔들릴까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올해 들어 제13회 임베디드SW 경진대회는 지원 예산 미비로 급기야 총상금 2000만원 정도로 1회 대회보다 더 작은 수준의 초라한 대회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동안 정부는 ‘제조업 혁신 3.0 전략’에 따른 제조업 관련 SW 중요성과 창조경제 가치를 연일 강조하고 있고 창조경제의 핵심은 ICT를 기반으로 한 융합이라고 했지만 그 핵심 중에 하나가 임베디드SW 분야임을 간과하고 있다. 이미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까지 임베디드SW 전문 인력 부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인데도 금번 추락하는 공모대전 실태를 보면서 정부 정책은 구호에 불과하다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앞서 해외 유수의 세계적인 경진대회 성장을 지켜보면서 전통과 신뢰를 쌓기는 무척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알아야 한다. 부족한 자원과 대외 무역이 아니면 생존이 불가능한 국가의 현실에 창의성을 갖추고 제조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임베디드SW 인력 양성을 위해 구호보다는 실질적인 정책을 더 늦기 전에 제대로 수립하기를 진정으로 촉구한다.

전상권 박사 (동남이앤에스/연구소장 skchun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