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투자한 넷리스트, 메모리 업계서 로열티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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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투자한 미국 서버 메모리 기술 업체 넷리스트가 주요 D램 업체로부터 특허 로열티를 받는다. 선투자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한국과 미국 모든 D램 업체가 라이선스 대상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넷리스트는 최근 미국 D램 모듈 컨트롤러 업체 인파이가 제기한 LRDIMM(Load Reduced Dual In-line Memory Module) 관련 특허 무효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양사 분쟁은 5년 전 시작됐다. 인파이는 2010년 넷리스트가 출원한 LRDIMM 핵심 특허(미국 No.7532537)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미국 특허청에 재심사를 요청했다. 2012년 특허청은 넷리스트가 출원한 특허 내 60개 항목 모두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인파이는 특허심판원에 항소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재심리 요구도 거부당했다. 인파이는 2014년 10월 특허심판원 결정을 부당하다며 미 연방항소법원에 항소를 제기했지만 이달 최종 판결에서도 거부당했다.

소송 쟁점인 LRDIMM은 서버용 메모리 모듈 기술이다. 모듈 내 레지스터와 버퍼를 추가, 데이터 신호를 제어해 기존 RDIMM(Registered Dual In-Line Memory Module) 대비 고속으로 작동한다. 장착 모듈 개수를 늘려도 속도가 느려지지 않아 대용량 구성이 가능하다.

넷리스트 특허는 DDR3와 DDR4 LRDIMM을 작동시키는 60가지 핵심 항목을 규정하고 있으며 소송 과정에서 유효 특허임을 인정받았다.

김지범 넷리스트 아시아 영업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LRDIMM 메모리를 생산해 미국에서 판매하려면 넷리스트와 특허 사용 계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LRDIMM은 서버 업계의 고속, 대용량 메모리 요구가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데 디오스앤드어소시에이츠에 따르면 LRDIMM 메모리 시장은 올해 30억달러에서 2018년 두 배 성장한 60억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된다.

인파이는 LRDIMM 컨트롤러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모든 D램 업체가 고객사다. 인파이가 넷리스트 특허 무효를 주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인파이 외 IDT도 LRDIMM 컨트롤러를 판매 중으로 이 회사 제품 역시 넷리스트 특허를 침해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메모리 업체는 이들로부터 컨트롤러를 조달해 LRDIMM D램 모듈을 구성, 서버 업체로 공급한다. 즉, 해당 제품을 판매하려면 넷리스트와 기술사용 계약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넷리스트는 승소 후 주요 D램 업체와 라이선스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넷리스트는 자체 메모리 모듈 제품군을 판매하는 기업으로 과거 특허만으로 수익을 올린 램버스 같은 특허괴물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삼성이 넷리스트에 투자해 차세대 메모리 공동 개발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메모리사업부, 삼성벤처투자는 넷리스트에 2300만달러(약 270억원)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삼성의 투자로 양사는 향후 5년간 특허를 공유하고 비휘발성메모리모듈(NVDIMM)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넷리스트는 NVDIMM 분야에서도 핵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 초 샌디스크는 자회사와 함께 넷리스트의 NVDIMM 관련 특허 특허가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특허청은 재심사를 거절한 바 있다. 인텔은 최근 NVDIMM 기술로 메모리 시장 재진출을 천명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넷리스트에 투자한 이유를 관련 기술 특허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해석했다.

넷리스트는 LG반도체 임원 출신 홍춘기 대표가 2000년 설립한 회사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