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기술을 통한 금융의 효율성 제고, 핀테크 P2P 대출이 이끈다

박소라 (srpark@etnews.com)

김성준 렌딧 대표
김성준 렌딧 대표

201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창업했던 서비스는 당시로서는 꽤나 실험적인 패션 커머스였다. 새로운 콘셉트 덕분에 사업 초기부터 경쟁 업체인 핀터레스트 인수 제안을 받는 등 기대를 모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차 어려움을 겪게 됐다. 2014년 12월 마지막 고비를 버텨 보자는 각오로 한국에 돌아와 은행 대출을 시도한 것이 의도치 않은 사업 전환점을 가져왔다.

오랜 해외생활 탓에 국내 신용이 부족해 은행권 대출이 어려웠던 것이다. 차선책으로 알아 본 저축은행 대출 이자는 무려 22%였다. 5% 정도 은행권 대출을 받지 못하면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아연 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마침 미국 렌딩클럽이라는 대출 회사가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렌딩클럽은 2007년 설립된 P2P 대출(개인 간 대출)업체다. 2014년 12월 설립 7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했다. 2015년 11월 현재 기업가치는 48억달러(약 5조6000억원)에 달한다. 2015년 상반기까지 누적 대출액은 111억달러(약 13조125억원)로, 미국 대출 시장 전체 9%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성장했다.

시험 삼아 대출 신청을 해 봤다. 놀랍게도 렌딩클럽이 제시한 금리는 7.6%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궁금해 당장 사업 모델 공부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경험하며 국내 대출 시장 문제점을 알게 된 것이 핀테크 산업에 뛰어들게 된 시작점이 된 셈이다.

자세히 살펴보니 더욱 주목할 만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개인 신용을 보통 1~10등급으로 나누는데, 은행은 주로 1~5등급 대출자를 주요 대출 고객으로 삼고 있다. 문제는 1800만명 정도에 이르는 4~6등급 신용 등급 대출 희망자로, 대개 나와 비슷한 대출 경험을 하게 된다.

은행에서는 대출 승인을 내주지 않거나 매우 적은 한도를 승인해 준다. 그렇다고 제2 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이용하려니 나쁘지 않은 신용등급이 아깝다. 대다수 대출자가 안정된 상환능력을 갖고 있으며 대출 금액도 아주 크지 않은 때가 많다. 그러나 국내에는 5% 아니면 20~30%로 중금리 대출 시장이 전혀 없었다.

최근 국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P2P 대출 업체는 모두 이와 같은 중금리 대출 시장을 비즈니스 기회로 삼고 있다. 대출 희망자도 중금리 대출 시장이 열리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 P2P금융플랫폼협회에 따르면 총 7개 회원사 누적 대출액이 11월 중순 현재 약 150억원 정도로, 10월 초 약 100억원에서 한 달 새 5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또 다른 부채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이는 기우라고 생각한다. P2P 대출을 이용하는 고객 상당수가 대환 대출 고객인 점을 들 수 있다. 은행 대출 심사에서 애매하게 탈락한 4~6등급 대출자들이 카드론이나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았던 것을 전환한다. 오히려 가계 부채 성향이 좋아지는 결과로 풀이할 수 있다.

산업적 의미도 찾아볼 수 있다. 금융 산업 틀에 머신러닝에 기반을 둔 빅데이터 분석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해 기존 금융 산업 비효율성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이로써 대출 고객은 더욱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고, 투자 고객은 은행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인 만큼 아직까지는 규제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P2P 대출을 규정하는 법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대부업법으로 규제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이미 산업이 자리 잡은 미국이나 영국처럼 별도 산업군으로 인정해 맞춤화된 규제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제도적 뒷받침을 바탕으로 P2P 대출을 포함한 핀테크 산업이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는 가까운 미래를 기대해 본다.

김성준 렌딧 대표 sj@lend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