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1등 대한민국으로 가려면..."

[데스크라인]"1등 대한민국으로 가려면..."

최근 제보 세 건이 들어왔다. 모두 기업과 관련한 내용이다.

하나는 특허와 인력을 뺏기고 회사마저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내몰린 기업 대표 사연이었다. 수십억원을 투입해 제품을 개발했지만 마케팅이 문제였다.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회사를 내놔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두 번째 사연은 정부의 허술한 규정 때문에 애꿎은 피해를 본 기업 이야기다. 입주 때 남들 다 그렇게 한다는 이중계약서를 썼던 것이 발단이 됐다. 결국은 회사를 옮겨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이 회사는 수억원 손해를 봤다.

나머지 하나는 기업인이 정부와 출연연, 기업 간 유착을 파헤쳐 달라고 만든 문건이다. 수십 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담아 놨다. 상대방이 있는 얘기라서 정말 그런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경험상, 사실로 드러나건 아니건 누군가는 크게 다치게 돼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이곳저곳 제보도 잇따른다. 그만큼 기업경영이 힘들어졌다는 뜻이다. 일부에선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자금을 지원받던 때보다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대외적으로도 쉬운 상황이 아니다. 중국만 가도 삼성 갤럭시폰보다는 아이폰이 더 많이 팔린다. 중국에서 팔리는 스마트폰 100대 중 9대가 삼성 폰이고 14대가 애플 폰이다.

‘대륙의 실수’ 샤오미는 더는 짝퉁을 만들지 않는다. 기술 수준도 많이 치고 올라왔다. 하지만 가격 면에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자를 찾기 어려운 위치에 이르렀다.

우리는 ‘넛 크래커(nut cracker)’ 신세가 됐다. 일본이나 유럽, 미국에 비해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밀리고, 중국에는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 일부에선 중국과 일본에 기술과 모두 밀리는 ‘샌드백’ 상황이 됐다.

R&D 중추인 출연연구기관도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긴 매한가지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웬만큼 R&D 역량을 갖췄다. 미션마저 혼란스럽다.

ICT R&D 본산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쓸 만한 특허와 기술을 이전해볼 요량으로 중국시장에 가서 자존심을 구기고 돌아온 적이 있다. 3개월 내 제품을 만들 수 있느냐는 상대 바이어 질문에 답을 내놓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은 가진 게 인력과 기술밖에 없다. 호주처럼 노천 탄광이 있어 캐는 대로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중동처럼 기름이 펑펑 쏟아지는 것도 아니다. 중국처럼 희토류 광산도 없다.

애플은 독자기술보다는 흩어져 있는 각 곳 기술을 모아 아이폰을 만들었다. 골프존도 이곳저곳 요소기술을 모아 골프 시뮬레이터를 만들어 대박을 쳤다. 기술이 제품으로 승화되려면 산·학·연·관이 함께 모인 판에서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시장을 읽고 기술을 판단할 수 있다.

우리는 수년간 기술사업화대전 ‘테크비즈코리아’를 치러왔다. 출연연과 대학이 가진 기술과 기업이 가진 역량을 섞어 새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취지다. 출연연은 기술을, 기업은 자금과 유통망을 제시해 ‘1등 대한민국’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서로가 이전투구하는 상황에선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 시너지를 위해선 모두가 뭉쳐야 한다. 그 길이 세계 ‘경제대전’에서 이기는 지름길이다.

박희범 전국부장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