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원(One)` 케이블TV 비전

케이블TV 업계를 볼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모두가 위기라고 하는데 정작 당사자는 ‘마이동풍’이다. 애써 분위기를 외면하는 건지, 아니면 아직도 위기라고 체감하지 못하는 건지 종잡을 수 없다. 위험 시그널이 곳곳에서 들려오는데 먼 산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데스크라인]`원(One)` 케이블TV 비전

무엇보다 케이블TV 수요가 꼭짓점을 찍었다. 가입자 수가 급전직하 중이다. 2009년 1529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에 매년 20~30만명씩 빠지고 있다. 올해 9월 1453만명까지 감소했다.

경쟁 플랫폼인 IPTV는 성장세다. 지난해 1000만명을 돌파한 이후 매년 20%씩 가입자를 늘리며 추격하고 있다. 케이블TV 추월도 ‘카운트다운’에 진입했다. 20년 역사를 가진 케이블이, 불과 6년 안팎 신생 플랫폼에게 발목을 잡힌 겪이다.

결정타가 SK의 CJ헬로비전 인수였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IPTV가 케이블TV를 집어 삼킨 상징적인 사건이다. 인수 발표 당시 SK브로드밴드 가입자는 대략 340만명, CJ헬로비전은 420만명 수준이었다. 가입자 규모 경쟁이 아닌 방송 플랫폼의 세대교체를 예고한 것이다.

밖에는 찬바람이 ‘쌩쌩’ 불고 ‘휙휙’ 세상이 바뀌는데 정작 내부 시계 바늘은 멈췄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이다. 지상파 방송사와 재송신 협상은 수년째 답보 상태다. 송출 중단 위기로 날밤 새는 날이 부지기수다. 그나마 한 배를 탔던 채널사업자(PP)와 연대 의식도 무너졌다. 낙하산 인사, 잦은 협회장 인선으로 리더십도 치명타를 입었다.

분위기도 흉흉하다. CJ헬로비전을 시작으로 두, 세 군데가 인수자를 찾는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힘을 모으기 보다는 ‘각자도생’하겠다는 속셈이다. 이래서는 미래가 없다. 제대로 된 목소리도 나오지 않을 뿐더러 함께 공멸한 가능성이 높다. 케이블TV 전체 차원의 비전과 대안을 찾아야 한다.

시급한 사안이 서비스 망인 케이블 고도화 즉 디지털 전환이다. 가입자 정체 상황에서 고품질 서비스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디지털이 이뤄져야 한다. 불행히도 케이블TV가 디지털을 선언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전환율은 채 50% 수준이다. 이미 세상은 ‘올IP(All IP)’시대에 진입했는데 아날로그 케이블TV 가입자만 700만명에 달한다. 2017년 디지털 100% 달성은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머니를 열지 않고 주판알만 튕긴 덕분이다.

보다 더 중요한 건 통합 플랫폼이다. 이른바 ‘원(One) 케이블TV’ 비전이다. 지역 사업자인 케이블TV는 전국 사업자인 IPTV와 위성방송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비스 플랫폼을 합쳐 장기적인 관점에서 규모의 경쟁을 실현해야 한다. 동일한 이용 경험을 줄 수 있는 시청 환경을 조성해야 파괴력 있는 서비스가 나오고 소비자에게 먹힐 수 있다.

95년 3월 출범한 케이블TV,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성대하게 성인식도 치렀다. 이제는 성인에 걸 맞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당장 눈앞의 이익만 쫓는다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정치권에 기대고 여론에 하소연하는 것도 한계에 왔다. 비전과 실행이 없는 케이블TV에게 미래가 있을 리 만무하다. 케이블TV, 지금은 정말 벼랑 끝 ‘백척간두’ 상황이다.

방송통신부 부국장 =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