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과학기술, 실패를 인정하라

미래창조과학부가 세워진 지 3년이 지났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와 ‘ICT·과학’ 조합은 성공했을까. 평가는 엇갈린다.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과 이제라도 제대로 하라는 지적이 팽팽하게 맞선다. 미래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타 부처와 중복되는 R&D 과제가 적지 않다. 관행에 따라 예산을 집행하는 사업도 눈에 띈다.

‘X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X프로젝트는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관심을 두고 시작한 야심작이다. 성장동력, 먹거리를 찾으려면 예측 가능한 미래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질문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거시적 질문과 근본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이 과제 구성 목적이다. 무시무시한 ‘X프로젝트’가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다. 과학은 실패를 쌓아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전략본부’가 출범했다. 부처별 중복 R&D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미래부 설립 3년 만에 이런 조직이 만들어진 건 만시지탄이다. 과학기술전략본부 싱크탱크 역할을 할 ‘과학기술정책원’ 설립은 국회 반대로 좌절됐다. 전략본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략방향 설정을 해야 할 ‘항해사’ 없이 과학기술 정책을 짜야 한다.

창조경제 정책이 모두 성공할 수는 없다. 국가 R&D 과제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전략본부를 만든 이유는 중장기 과학기술정책을 집요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패해도 성공해도 과학기술은 중장기적으로 추진돼야만 누적효과가 쌓인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인정하고 용인하는 과학기술 문화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는 격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과학은 실험실에서 무수한 실패를 거쳐 완성된다. 과학에서 실패는 패배가 아니라 ‘실험’이다. 희망은 ‘실험’에서 싹튼다.

실험이 성공을 거두려면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들쭉날쭉한 방향성으로는 목적에 도달할 수 없다. 과학기술계에 중장기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항해사는 그래서 필요하다. ‘실패를 밥 먹 듯 하는’ 과학에는 정치보다 정책이 필요하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