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결실 LG V10, 뮤직폰부터 이어온 계보

[넥스트데일리 김문기 기자]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해상도 진화가 정체된 가운데 그동안 이렇다할 관심을 끌지 못했던 사운드 성능이 주목된다. 최근 LG전자 V10이 해외매체로부터 호평받으면서 스마트폰의 사운드 능력이 급부상 중이다.

해외 스마트폰 전문매체 ‘안드로이드 어소리티’는 “오디오 매니아들은 V10에 탑재된 ESS 사의 32비트 하이파이 DAC에 만족할 것”라고 평했고, 오디오 전문지 ‘헤드파이’는 “믿을만한 회사의 고품질 오디오 DAC과 앰프를 탑재한 첫 스마트폰, ‘V10’의 등장을 환영해 주길 바란다”고 극찬했다.

사실 LG전자가 휴대폰에서 사운드 성능을 강조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간 LG전자는 모바일 디바이스 사운드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해왔다.

 

LG전자 V10
LG전자 V10

■ 음악에 쏟아진 관심 ‘랩소디 인 뮤직폰(LG-LB3300)’ = LG전자는 2007년 말, ‘손 안의 오디오’라는 컨셉을 기반으로 오디오 명가로 불리는 마크 레빈슨 오디오 시스템즈(MLAS)의 창업자 마크 레빈슨과의 협업을 통해 ‘랩소디 인 뮤직폰’을 출시했다.

당시 성시경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고, 바비킴, 손호영, 드렁큰타이거, 이은미 등 국내 정상급 가수 7명이 참여한 ‘랩소디, 더 소울 오브 사운드’ 전용 앨범을 제공해 화제를 모은 제품이기도 하다.

‘정통 뮤직폰’을 지향했던 이 제품은 MP3 플레이어와 마찬가지로, 전면의 터치 휠 키를 이용해 음악 선곡, 재생, 청취 지점 선택, 볼륨 제어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내추럴, 팝, 클래식, 재즈 등 장르 선택이 가능한 총 8가지 이퀼라이저와 블루투스 헤드폰으로 동시에 두 사람이 같은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했다.

LG전자 랩소디 인 뮤직폰(LG-LB3300)
LG전자 랩소디 인 뮤직폰(LG-LB3300)

■ 스마트폰으로의 전이 ‘G2’의 MQS 지원 = LG전자는 2013년 세계 최초로 MQS를 재생할 수 있는 스마트폰용 하이파이 사운드 기능을 개발하고,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업인 LG G2에 적용했다.

MQS란 일반적으로 24bit/96 ~192kHz 규격의 음원을 말한다. 그 전까지 스마트폰은 최대 CD 수준의(16Bit/44.1KHz)음원을 지원했지만, LG G2는 스마트폰 최초 24bit/192KHz를 지원했다.

같은 해에 출시된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S4 LTE-A’나 포터블 오디오 기기인 아스텔앤컨의 ‘AK120’과 비교 대상으로 떠올랐다. 갤럭시 S4 LTE-A도 LG G2와 동일한 오디오 코덱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MQS를 지원하지 않았다.

같은 고음질 사운드칩을 탑재했더라도, 소프트웨어 코덱이 부실하거나 고용량 음원 재생을 위한 메모리가 부족한 경우 무용지물이다. 전문 오디오 기기인 AK120은 LG G2와 똑같이 24비트, 192KHz 음원을 재생할 수 있었으나 148만 원의 높은 가격으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의 접근성에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일었다.

LG전자 G2
LG전자 G2

■ 사운드 DNA 꽃피운 LG V10 = LG V10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사운드 성능으로 마니아들을 위한 고음질 DAP’로 거듭났다. 우선 사운드 성능의 핵심인 DAC에 하이엔드 오디오 전문업체인 ESS사의 Sabre32비트 DAC 9018C2M을 탑재했다.

DAC는 최대 다이내믹 레인지가 127dB에 달할 만큼 뛰어나며 T.H.D(전고조파 왜율)이 -120dB로 탁월하다. 이어폰의 저항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자동 출력 조절’ 기능으로 일반 이어폰은 물론 기존 스마트폰에서 구동이 어려웠던 젠하이저 HD800, AKG K701 등 임피던스 높은 이어폰에도 최적화됐다. 75단계 볼륨 미세 조절과 좌우 레벨 컨트롤 기능까지 제공한다.

기술이 발전하면 그에 걸맞은 콘텐트가 등장하듯 앞으로 음원 시장은 24bit/192KHz 이상의 MQS 음원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아직까지는 16Bit/44.1KHz이 음원들이 주류다. V10의 강점은 이러한 시장 사정을 고려하여 음원의 종류에 상관없이 수준 높은 사운드를 즐길 수 있도록 Sabre DAC의 ‘업비트’, ‘업 샘플링’ 기술을 탑재했다.

 ‘업비트(Up-bit)’, ‘업샘플링(Up-Sampling)’ 기술은 음원을 세분화한 다음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쳐 일반 음원의 부족한 공간감과 음장감을 더해 좀 더 입체적인 사운드를 구현해 준다.

다만, V10 출시 초기에 ‘32bit 하이파이로 원음에 다가서다’ 라는 문구 때문에 32비트 음원 재생을 지원한다는 오해가 불거졌다. 현재 음원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32비트 하이파이 음원이 거의 없고, 그루버스를 비롯해 국내외 무손실 음원 제공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초고음질 음원은 모두 24비트 음원인 상황이다. 32비트를 지원하지는 않지만 충분한 성능을 끌어오기 위해 고급 DAC를 쓴 셈이다. 일반 소비자들을 고려해 구하기 쉬운 일반 음원도 MQS 이상의 음질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V10은 음악 마니아는 물론, 일반 사용자들까지 수준 높은 사운드 성능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몇천만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 제품과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포터블 시장에서는 충분한 성과가 있었다고 판단된다.

LG전자 V10
LG전자 V10

■ 입소문으로 시작된 번들 이어폰 ‘쿼드비트’ = LG전자 사운드 DNA를 논할 때 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쿼드비트’ 이어폰이다. ‘LG 옵티머스G’의 패키지에 포함된 쿼드비트는 이어폰 음질 평가전문 사이트인 ‘골든이어스’에서 ‘번들 이어폰이지만 10만원 이상의 음질을 갖췄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온, 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쿼드비트를 판매하는 LG서비스센터에서 순식간에 제품이 매진되는 사태가 발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LG G2, G3 시리즈 및 G프로 2, G플렉스2까지 오랫동안 LG전자의 번들 이어폰으로 사용된 ‘쿼드비트 2’와, LG G4와 함께 제공된 ‘쿼드비트 3’ 또한 많은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LG V10에서는 ‘쿼드비트 3 턴드 바이 AKG’가 동봉됐다. 명품 오디오 브랜드 AKG에서 직접 튜닝해 또렷하고 선명한 음질로 마니아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연결부가 ‘ㄱ’자 모양에서 일자로 변경되었고, 컨트롤 조작부도 달라져 심미성을 강화하는 한편, 장시간 사용해도 무리 없을 정도로 착용감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LG전자 쿼드비트3
LG전자 쿼드비트3

■ 목걸이형 블루투스 헤드셋 ‘톤 시리즈’ 부상 = LG전자의 효자 제품으로 ‘톤플러스’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글로벌 누적 판매 1,000만대를 돌파했고, 미국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미국 전체 헤드폰/헤드셋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3.3%로 2위에 올랐고, 톱3 중 음향기기 전문브랜드가 아닌 업체로는 유일하다.

LG 톤 시리즈는 완전무선이라는 편리성과 더불어 음향기기 전문업체인 하만카돈, JBL 등과 기술 제휴를 통해 구현한 높은 수준의 음질을 보여준다. 디자인과 크기, 색상 등에 따라 종류가 다양해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가령 목이 가는 여성이라면 ‘톤플러스 미니(HBS-500)’를 선택하면 되고,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사용자는 생활방수 기능을 갖춘 ‘톤플러스 액티브(HBS-850)’를 구입하면 된다. 정장을 입고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는 고급스러운 메탈 느낌의 외형에 자동 줄감기 버튼이 탑재된 HBS-900이 어울린다. 

LG전자 톤플러스
LG전자 톤플러스

 

LG전자 관계자는 “ 사운드분야에서 자신들의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하이엔드 시장에서 전문가들에게 인정 받기 보다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하이엔드 수준의 퀄리티를 제공하는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뒀다”며, “그 동안 LG전자가 말해왔던 ‘경험을 통한 혁신’ 이라는 사용자 중심의 기술 철학과 일맥상통하며, 스마트폰 카메라 분야에서 이룬 LG전자의 혁신 방향과 동일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LG전자는 사운드 전문 기업이 아니지만 그 중요성은 그 누구 보다 깊게 인식하고 있다”며, “굳이 잘하는 것만을 고집하지 않고 필요하면 마크 레빈슨이나 하만카돈, JBL, AKG 와 협업하며, LG전자만의 방법으로 사운드 분야에 영역을 넓혀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문기 기자 (moon@next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