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핫이슈]북한 핵실험, 수소탄보다 증폭핵무기일 가능성↑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북한은 ‘수소탄’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방부와 미국 등에서는 북한 핵실험이 3차 때보다 위력이 크지 않아 수소탄 실험이 아니거나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수소탄을 핵개발 최종 단계로 상정하고 있다. 수소탄은 위력이 대단해 확실한 핵 억제력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이번 4차 핵실험은 수소탄으로 가기 위한 관문인 ‘증폭핵무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증폭핵무기는 수소탄으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할 발판이다.

◇북한이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수소탄’이란

수소탄은 수소 핵융합 반응을 이용한 핵무기다. 수소탄 파괴력은 원자폭탄보다 수십에서 수백 배 크다. 핵무기는 핵분열이나 핵융합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에너지를 이용해 살상 또는 파괴하는 무기다. 원자력은 작은 양으로 굉장한 에너지를 내는데 이 에너지를 서서히 나오도록 조절하면 원자력발전을 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발생시키면 핵무기가 된다.

원자탄과 수소탄 차이는 핵분열과 핵융합 원리 차이다. 원자탄은 핵분열을 이용한 폭탄이고 수소탄은 핵융합을 이용한다. 핵분열은 원자가 쪼개지면서 생기는 원리이고 핵융합은 이와 반대로 원자가 합쳐지면서 생기는 원리이다.

모든 물질은 원자가 모여서 만들어진다. 원자 속에는 핵이라고 불리는 큰 덩어리가 있는데 이는 전기 성질이 없는 중성자와 플러스 전기를 띠고 있는 양성자가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원자 안에는 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가 있다. 수소원자, 산소원자, 탄소원자 등도 여러 형태로 결합해 물질을 이룬다. 핵을 이루는 양성자나 중성자는 전자에 비해 무게가 2만배 정도 무겁다.

원자는 서로 밀어내는 척력이 있어서 서로 간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핵융합은 자연적으로 발생하진 않는다. 하지만 고온에서는 달라진다. 핵융합 기술은 핵분열 기술보다 고난도다. 온도를 엄청나게 올려야 하는 고온 상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을 끓으면 분자 운동이 활발해지고 수증기가 되듯 고온이 되면 원자는 운동을 한다. 원자가 고속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서로 밀어내는 힘을 이기고 충돌하면서 원자끼리 결합한다. 이때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생긴다.

수소탄은 일반 수소보다 질량이 무거운 중수소와 삼중수소, 리튬6을 원료로 사용한다. 6000만도 이상 고온과 고압을 여기에 가하면 핵융합이 일어나면서 폭발력이 강해진다.

◇증폭핵무기 가능성…수소탄 만들기 위한 관문

북한은 플루토늄탄 개발을 완료하고 탄두 소형화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3차례 실시한 핵실험으로 플루토늄탄 폭발력을 향상시키고 소형화 기술을 개발해왔다. 2014년부터 북한 핵탄두 소형화 판단에 좀 더 무게를 두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은 수천 기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저농축우라늄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는 북한이 5MWe 흑연감속로를 가동해 얻은 플루토늄을 현재 40㎏ 안팎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이 영변 은닉시설에서 2000기 원심분리기를 가동했다면 1년에 생산할 수 있는 무기급 고농축우라늄 양은 약 30㎏으로 예상된다. 보유한 플루토늄으로 제조할 수 있는 핵탄두 위력은 10kt 이하에 머물러야 한다. 북한 핵과학자들은 핵 위력을 증강할 방안을 선택할 것이다. 거의 모든 핵개발 국가에서 북한과 동일한 고민을 하고 ‘증폭핵무기’를 선택했다.

증폭핵무기는 핵 위력을 끌어올리거나 증대해 기존 핵 위력보다 2~5배 정도로 크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핵분열탄 연쇄반응은 기폭장치 폭발로 발생한 중성자가 핵물질인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에 충돌해 핵분열이 연속해 발생하는 것이다. 핵분열 연쇄반응에서는 최초 핵분열에서 생성된 중성자가 핵분열을 일으키지 않은 핵물질에 충돌하고, 여기서 또 다시 중성자가 생성된다. 이런 핵분열 과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핵분열로 발생한 에너지가 매우 짧은 시간에 핵탄두를 폭파하기 때문에 탄두 핵물질이 전부 반응하기도 전에 연쇄반응이 끝난다. 그래서 사용한 핵분열 물질 양에 비해 핵분열탄 효율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다. 증폭핵무기 원리는 소규모 핵융합으로 다량의 중성자를 일시에 공급해 핵분열 연쇄반응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소규모 핵융합이라고 하는 증폭핵무기 원리는 수소탄 핵융합과 구별된다. 증폭핵무기는 중수소와 삼중수소 또는 중수소와 리튬6 사이의 핵융합 과정에서 생성되는 중성자만을 이용한다. 반면 수소탄은 동일한 핵융합 물질 융합 과정에서 생성되는 대규모 핵융합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당연히 사용하는 핵융합 물질 양도 많은 차이가 있다.

수소폭탄에는 수십 킬로그램 이상 핵융합물질이 필요하다. 반면 증폭핵무기에 필요한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양은 수십 그램 정도이다.

증폭핵무기 특징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위력 증가를 도모하면서 핵무기 소형경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핵융합 물질인 중수소와 삼중수소, 리튬6 확보가 증폭핵무기와 수소탄 제조 필수 조건이다. 중수소는 해수에 일부 녹아 있는 것을 추출하면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삼중수소와 리튬6은 국제적으로 수출 통제 품목으로 분류돼 자국에서 직접 생산하지 않는 이상 확보가 쉽지 않다. 불법 무기 거래 시장에서도 가격대가 매우 고가에 형성돼 소규모 거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증폭핵무기 제조 가능성을 분석하는데 핵심은 결국 삼중수소와 리튬6 확보 여부에 있다.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해 핵 능력을 발전시키는 북한은 현재 기술 수준에서 2~5배 이상 핵폭발 위력을 달성할 수 있는 증폭기술을 개발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삼중수소 확보는 숙명적 과제이다. 북한은 5MWe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해 가능한 많은 양의 삼중수소를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이번 4차 핵실험이 수소탄은 아니라도 ‘증폭핵무기’ 성공일 경우 핵확산 위험성이 증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귀결될 수도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