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금융정보화의 갑질

정보화 프로젝트에는 ‘갑을병정’이 존재한다. 갑은 발주자다. 통상 을은 주사업자인 시스템통합(SI)업체다. 병과 정은 소프트웨어(SW)기업이나 하도급업체다. 갑·을·병·정으로 계약관계 주체를 정한다. 현장에서는 발주자와 사업체 간 등급이 된다.

[프리즘]금융정보화의 갑질

갑이 부당한 지시나 횡포를 일삼는다. 을은 병과 정에게 떠넘긴다. 일명 ‘갑질’이다.

최근 대형 은행 차세대 프로젝트에서 갑질 논란이 제기됐다. 프로젝트가 시작되자 ‘갑’인 은행이 주사업자가 제안한 SW를 교체하라 했고 실제 이뤄졌다. 교체된 SW업체 관계자는 사전에 개념검증(PoC) 등으로 선정된 SW를 은행이 ‘입맛대로’ 바꿨다고 주장한다. 수차례 적용 사례가 있는 제품도 적용 사례 한 번 없는 제품으로 교체됐다.

배경으로 은행 출신을 지목한다. 교체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 은행 출신이 있다는 것이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갑의 횡포’다. 오랜 기간 프로젝트를 준비한 SW기업은 맥 빠진다. 제품 연구개발(R&D) 보다 인맥 투자가 필요한 현실이다. SW산업 발전을 기대하기 힘들다.

차세대 프로젝트 성공도 담보하기 어렵다. 제대로 된 제품이 적용되지 못해 문제가 생긴다. 수천억원 투입한 프로젝트가 물거품 된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은행 경쟁력도 떨어진다. 개인을 상대하는 은행 평판에도 금이 간다.

은행은 SW 교체에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시장이 납득하지 못하는 이유는 안 된다. 금융권에서 대형 정보화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반드시 갑질 얘기가 들린다. 금융권 정보화 사업 투명성이 요구된다. 금융 정보화는 민간 시장이지만 사업 규모가 크고 공공성이 강하다.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SW 분리발주 도입이 필요하다. 공공정보화 시장은 부당한 SW 구매 관행을 제거하기 위해 분리발주를 도입했다. 올해부터 SW 도입 시 벤치마크테스트(BMT)도 의무화 한다. 금융권도 SW 분리발주와 BMT 의무화를 적용, 투명성 강화가 시급하다. 금융권 정보화 사업 갑질 제보를 더 이상 듣지 않길 바란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