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 서른, 게임산업 잔치는 끝났다.

[콘텐츠칼럼] 서른, 게임산업 잔치는 끝났다.

한국 게임사(史) 출발은 대구에서 결성한 미리내소프트와 아프로만에서 국내 최초 상용 한글 게임 ‘신검의 전설’을 출시했던 1987년이다. 올해로 서른이 된 셈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2010년까지 온라인 게임 글로벌 성공 시대를 개척했다. 한국 시장에서 단련한 국산 PC 온라인 게임은 글로벌 인터넷 망 보급과 함께 초기 시장을 빠르게 선점했다. 중국, 일본, 대만,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유럽, 터키, 북미, 남미 등 세계 대부분 로컬 마켓에서 1등 게임으로 군림했다. 한국 시장에서 쌓은 경험에 바탕을 두고 안정된 콘텐츠를 빠르게 공급, 중국 같은 거대 시장을 선점했다.

국내 게임업계는 여기서 발생된 막대한 로열티에 바탕을 두고 잔치를 벌였다. 현금과 개발 경쟁력으로 해외 투자 유치, 연구개발(R&D)을 활용한 기술 도약, 고용 창출 등 산업 성장과 발전을 동시에 이뤘다.

자수성가형 재벌을 탄생시켰던 콘텐츠 산업 중 단연 돋보이던 국내 게임산업 오늘은 어떨까.

TV를 틀면 스마트폰 게임 광고가 나온다. 어떤 게임은 하루 발생 매출이 몇 십억원이라는 기사가 쏟아진다.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규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내환이 여전하다. 해외시장에서 경쟁력 상실이라는 암덩어리도 새로 자랐다.

혹독한 산업 빙하기 초입에서 크고 작은 게임업체가 동사했다. 살아남은 큰 기업도 혹독한 구조조정만을 남겨 뒀다.

게임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다. 더 이상 퍼블리셔도 게임을 섣불리 계약하려 하지 않는다. 계약이 되더라도 각국 로컬 퍼블리셔에서 계약금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개발사는 한국 시장에라도 론칭해보려 몸부림친다. 신규 게임이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내려면 막대한 마케팅 자금이 필요하다.

그간 게임을 배급했던 중견 퍼블리셔조차 투자 자금 회수를 하지 못한 채 지갑을 닫았다.

신규 론칭할 게임 마케팅 자금 집행도 쉽지 않다. 계약했던 타이틀을 해지하는 일도 빈번하다. 퍼블리셔와 결별한 게임은 또 다른 론칭 파트너를 찾고자 시장을 떠돈다. 게임을 개발해도 마케팅 자금이 없어 유효한 론칭을 못한다.

게임산업이 처한 구조적 위기 속에서 중소 게임업체는 절망한다. 정부는 게임 업계 패망에 반성이 없다. 대기업 위주로 대형화되고 고도화된 게임 시장에서 일시적 승자 또한 3년 후 미래를 내다보기 어렵다.

대표 연대보증으로 이른바 ‘독박’을 씌우는 기술보증기금대출과 열정 페이로 연명하는 수많은 게임 개발 스타트업이 다수다. 경영진 사재와 신용카드 돌려막기로 연명해온 게임업체 대부분은 수년 간 만들어온 게임을 내놓지도 못한 채 사라진다.

이 와중에도 승자는 나온다. 누군가는 구글을 활용한 글로벌 원빌드 전략으로 주변 회사와 함께 좋은 성과를 낸다. 어떤 회사는 글로벌 IP와 협업해 자리잡았다. 저용량 장르 게임으로 구글 글로벌 피쳐드에서 2000만 다운로드를 이뤄내는 성공신화를 쓰기도 한다.

우리가 자랑하던 개발력은 중국에 밀렸다. 특정 장르 그리고 대형 게임 중심으로 굳어진 한국 게임산업에서 잔치는 끝났다. 가야할 길은 분명해 보인다. 정글에서 생존 스킬은 각자가 마련해야 한다.

윤준희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justin@kg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