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희망프로젝트] <462>정제마진

[대한민국희망프로젝트] <462>정제마진

국제유가와 더불어 요즘 TV나 신문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정제 마진’ 입니다. 정제 마진에 따라 정유사는 울고 웃습니다. 수익성을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상황에서 정유업계가 이익을 거두는 이유도 정제마진이 호조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4년 국제 유가 하락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때와 정반대인데요. 정제마진이 무엇이고 국제유가와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선 정유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Q:정유사는 어떤 일을 할까요.

A:깊은 땅속이나 바다 속에서 원유를 시추해도 바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정유공장으로 옮겨 복잡한 정제설비에 넣고 끓여서 여러 가지 성상 제품으로 분리해야 비로소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정제’라고 합니다. 휘발유, 등유, 경유, 저유황중질유(벙커C), 액화석유가스(LPG) 등 흔히 들어본 석유제품은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섬유, 고무, 플라스틱 원료가 되는 나프타도 마찬가지고요.

정제는 두 과정으로 나뉩니다. 가장 먼저 상압증류공정(CDU)을 거쳐 석유제품이 만들어집니다. 이어 원유보다 값이 싼 벙커C를 다시 정제해 상대적으로 비싼 휘발유 등 제품을 한 번 더 얻어냅니다. 이 과정을 ‘고도화’라고 합니다. 가격이 싼 벙커C를 원료로 사용해 비싼 제품을 만드니 수익성이 개선되겠죠. 요즘 정유사는 거의 모두 고도화설비를 가동해 영업이익을 늘리고 있습니다.

Q:정제마진은 무엇인가요.

A:원유가 제품으로 탈바꿈하는 두 가지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 정제를 거쳐 나온 제품 수율, 시세 등을 반영한 값에서 원유, 기타 원가를 빼면 단순 정제마진(1차)이라고 합니다. 이후 고도화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과 원료가격 차이를 2차 정제마진이라고 하고요. 두 가지 과정에서 나온 최종 제품가격과 원료비용을 평가해 복합 정제마진을 산출합니다. 흔히 말하는 정제마진은 복합 정제마진을 뜻합니다. 쉽게 말하면 원유와 석유제품 간 가격차이로 이해하면 됩니다. 표기는 배럴당 달러입니다.

Q:정제마진이 왜 중요한가요.

A:수출에 있어 석유제품은 부동의 효자품목입니다. 세계 정상권 정유사가 우리나라에 포진해 있어 수출 기여도가 높습니다. 정제마진은 정유 업계 수익성을 판단할 수 있는 대표 지표입니다. 하루 100만배럴 정제시설을 갖춘 정유사를 예로 들어볼까요. 정제마진이 배럴당 1달러만 올라가도 하루 100만달러를 더 벌 수 있습니다.

Q:정제마진은 언제 오르고 내리나요.

A:정제마진을 간단히 원유, 석유제품 간 차이로 본다면 국제유가가 내리고 제품 가격이 오르면 상승할 겁니다. 최근 상황이 이렇습니다. 국제유가는 2014년 상반기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최근 20달러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원유가격은 폭락했지만 휘발유, 경유, LPG 가격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정유사 원료 구매비용은 줄고 제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일정 선을 유지하면서 정제마진이 상승하는 효과가 생겼습니다. 원유 생산량이 아무리 많아도 정제를 거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습니다. 현재 원유는 남아돌지만 정제설비 증설이 많지 않고 휘발유, 경유 수요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정제마진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석유제품 수요가 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면 정제마진은 경제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됩니다.

Q:2014년 국제 유가 하락 때는 왜 정유사가 적자를 기록했나요.

A:당시엔 원유, 제품가격이 모두 동반 하락해 정제마진이 마이너스를 오가기도 했습니다.

정제해서 제품을 팔아도 수익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지금과 달리 석유제품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정제 마진도 높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유가가 지속 하락하면서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 물량 재고평가금액이 줄어들어 손실로 작용했습니다. 유가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은 셈입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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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치경제학(석유와 셰일가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이재호 지음. 석탑출판.

석탄, 석유, 셰일가스, 신재생에너지 등 전통, 최신 에너지원을 둘러싼 국제 흐름과 산업 동향 등을 모두 균형 있게 다뤘다. 3장에서 석유를 둘러싼 국가 간 갈등, 국제 석유시장 흐름, 국제유가와 주요 시장, 한국 석유산업 등 관련 내용을 종합적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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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혁명 2030(석유와 자동차 시대의 종말 전혀 새로운 에너지가 온다)’ 토니 세바 지음. 박영숙 옮김. 교보문고.

스탠퍼드대학교 에너지 전문가 토니 세바가 앞으로 20년 동안 에너지와 교통산업 발전상을 예측해 소개했다. 저자는 에너지 판도를 뒤엎을 강력한 대체에너지인 태양광을 중심으로 기술과 제품의 구조, 비즈니스모델이 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과잉으로 유가가 하락하고 석유제품 소비 증가추세가 이어지는 최근 상황이 급반전할 수 있을지 생각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