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복수심의 힘 `레버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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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레버넌트>

레버넌트는 여러 모로 볼 만한 영화다. 우선 흥행 1위니까 궁금하다. ‘레버넌트(revenant-저승에서 돌아온 자)’라는 다소 어려운 영단어 뜻도 아는 기회다. 인공조명이나 컴퓨터 그래픽 도움 없이 찍었다는 캐나다와 아르헨티나의 광활한 자연풍광에 눈이 호강한다.

배우들은 별로 말이 없는데, 말 없이 많은 말을 전한다. 보기 드물게 인간 내면을 깊숙이 파고 들어간다. 동료에게 깊은 배신을 당한 주인공은 복수를 위해 고난의 길을 나선다. 고난은 끝을 모른다. 그것도 보통 고난이 아니라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하는 대형 고난이다. 예측은 번번이 빗나간다. ‘이쯤하면 되겠지’ 싶은데, 한참 더 나간다. 고난이 반복되면 될수록 복수를 위해 대한(大寒)보다 더 추운 미국 서부 산속을 4000㎞나 헤맨 주인공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행동에 공감이 간다. 어느새 관객은 미치광이 같은 그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영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는 딱 하나다. 주인공이 너무 잘 살아난다는 점. 갈갈이 찢기고 부러진 몸은 어찌 그리 추위 속에서도 잘 아무는지. 물론 원주민 도움을 받지만 춥고 배고픈 환경에서 초인적 힘을 발휘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공감이 잘 가지 않는다.

물에도 여러 차례 들어가는데 어쩜 그리 옷이 잘 마르는지. 화약도 잃어버린 것 같은데, 사방천지 마른 풀 한포기 나뭇가지 하나 없는데 어찌 그리 장작불을 잘 태우는지. 가끔 물고기나 들소고기를 구해먹거나 나무뿌리를 파먹는 것 같은데 근육질 몸은 가수 김종국 뺨친다.

그러면서도 인디언이나 육군 기병대와 잘만 싸운다. 우리나라 영화 포스터엔 ‘실화 그 이상의 영화’라고 적혀 있는데 이 말에는 수긍이 간다. 영화는 1820년대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살았던 전설적 사냥꾼 휴 글래스 실화를 다룬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데, 아마도 상상력을 풍부하게 가미한 것 같다. 19세기 초 휴 글래스 이야기가 널리 퍼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사료는 휴 글래스가 숨진 동료 부모에게 보낸 편지 한 통이 전부라고 한다.

편지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겠는가.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 빈틈은 레버넌트를 쓴 작가 마이클 푼케가 빛나는 상상력으로 메웠다고 보는 게 더 그럴듯해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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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엔 문구가 하나 더 들어갔다. ‘피의 대가, 반드시 치를 것이다.’ 주인공이 말도 안 되는 환경에서 극한의 생존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를 굳이 꼽아보자면 바로 이 ‘복수심’ 덕분 아니었을까. 스위스 취리히대 페르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신뢰게임(트러스트 게임)’을 보면 인간은 복수할 때 큰 쾌감을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로를 모르는 두 사람 A, B가 10달러씩 받고 독방에 들어간다. 두 사람은 대화만 할 수 있다. 10달러만 받고 끝내기로 하면 게임은 종료된다. 하지만 A가 B에게 10달러를 주면 연구팀이 B에게 추가로 50달러를 주고, 나중에 둘이 25달러씩 나눠갖기로 할 수 있다. 실제 연구에서 대부분 참가자는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도 25달러씩 나눠가졌다. 그런데 배신자가 생겼다. 혼자 50달러를 다 갖겠다는 참가자가 나타났다. 신뢰를 깬 것이다. 배신 당한 참가자는 분노했다.

연구팀은 이때 새로운 규칙을 추가한다. 배신 당한 사람이 자기 돈 30달러를 연구팀에 내면, 연구팀이 배신자로부터 60달러를 빼앗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배신 당한 참가자는 대부분 자기돈 30달러를 써서 배신자를 응징했다.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데도 복수를 택한 것이다. 이때 연구팀이 배신 당한 사람의 뇌를 촬영해보니 ‘선조체’라는 부위가 활발하게 움직였다고 한다. 마땅한 보상이 있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복수를 할 때 인간은 쾌감을 느낀다’고 결론지었다. 이 같은 복수심의 메커니즘이 레버넌트의 주인공 휴 글래스가 극한상황에서 살아나는 데 도움을 준 건 아닐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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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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