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하이닉스와 폭스바겐

[관망경]하이닉스와 폭스바겐

2007년 가을께로 기억한다. 청와대와 정부과천청사를 오가며 취재하던 시절이다. 당시 산업계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는 하이닉스반도체 이천공장 증설 건이었다. 글로벌 경쟁업체와 치열한 메모리반도체 증산 경쟁을 하던 터라 공장 증설이 시급했다. 하이닉스는 2006년부터 정부에 이천공장 증설허가를 신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불허’였다. 참여정부는 규제를 개혁해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했다. 하지만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은 한 두가지 규제를 풀어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덩어리 규제의 하이라이트였다.

[관망경]하이닉스와 폭스바겐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을 끝까지 불허한 곳은 환경부였다. 이유는 수도권 2300만명 식수원인 팔당호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한참 후에 환경부가 특정수질유해물질을 검출한계 미만으로 처리하고 사고대비 시설을 갖추면 공장 증설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관련 법령 고시를 개정했다. 공장증설 타이밍을 놓친 하이닉스는 청주공장에 생산라인을 증설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하이닉스는 SK라는 새 주인을 만났고 작년 이천공장에 M14라인을 준공했다. ‘투자시기가 생명’인 반도체산업이기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1일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관계자가 아우디 차량을 시험 검사하고 있다.
1일 인천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에서 관계자가 아우디 차량을 시험 검사하고 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작년 가을 세계를 뒤흔든 사건이 있었다. 폭스바겐 경유차량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다. 이 사건은 신뢰와 도덕의 상징인 독일 기업이 회사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속였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자동차 결함에 따른 리콜조치는 흔한 일이지만 배출가스를 조작해 클린차량이라고 속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환경부는 작년 11월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엔진을 탑재한 차량 판매정지, 리콜 등 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한데 이어 지난 19일에는 폭스바겐이 제출한 결함시정계획서에 핵심 내용이 극히 부실하다는 이유로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했다. 주변여론은 달갑지 않다. 소비자를 기만하고 환경에 해를 끼친 기업에 내린 조치로는 약하다는 지적이다. 적어도 정부가 해외 기업에 끌려 다닌다는 낯 뜨거운 이야기는 듣지 않았으면 한다. 하이닉스 이천공장 증설 허가 건이 아직 기억 언저리에 남아 있는 이유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