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글로벌 첨단 수산양식 산업의 조건

남해 1335개, 서해 1752개, 동해 83개, 총 3170개.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섬의 개수다. 또 남한면적의 4.5배(447,000㎢),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바다 면적이다. 이는 해양을 개발하기 위한 천혜(天惠)의 자연조건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미래포럼]글로벌 첨단 수산양식 산업의 조건

우리나라의 양식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확실한 기록은 없으나, 인조(1623~1649)때 어민이 해변에 표류해 온 참나무 가지에 김이 붙어 있는 것에서 착안하여 대나무와 참나무 가지를 간석지에 세워 섶 양식을 했다고 한다.

또 산업적인 규모로 양식업이 발달한 시점은 1970년대며, 이 시기부터 양식업은 개인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양식기술 개발과 생산량 증가가 이루어지면서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세계 양식업은 20세기 들어 수산식량 공급의 중요한 원천으로 역할을 담당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United Nations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에 따르면 세계 어획량은 2012년부터 연간 1억8000만t 수준으로 현재는 세계 수산물 생산량에서 양식생산량 비중이 50%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2030년이 되면 전체 수산물 소비량 중 양식 수산물 비중이 3분의 2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울러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와 같은 저명한 미래학자들도 양식업을 미래의 주요한 식량자원 산업 중 하나로 예견한 바 있다.

그동안 주요 개도국이 인건비 및 환경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활용하여 양식 수산물 수출경쟁력을 확보해 왔으나, 자연재해와 바이러스 등에 따른 집단폐사, 인건비 상승 등으로 최근에는 양식 기술 개발을 통한 선진국 수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즉, 기술개발을 통한 사료의 효율적 관리, 과학적 질병 관리로 인한 폐사율 저하, 자동화를 통한 인건비 절감 등이 생산성 향상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처럼 첨단과학기술을 활용하는 글로벌 양식 기업이 양식업 주도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이 세계 양식장 자동화 관련 기술과 수질관리 기술 등 세부기술 출원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양식업에 정보통신기술(ICT) 접목은 노르웨이 등 북유럽 일부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초보 수준이다. 수질·에너지·급식·자동화 등 전체 양식시스템을 제어하기 위해 상용화된 관리시스템 개발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면 우리나라가 노르웨이의 마린 하베스트(Marine Harvest), AKVA 그룹과 같이 양식분야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첫째는 지피지기(知彼知己)다. 우리 강점을 잘 알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몇 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강점은 이보다 적은 노력을 들여 더욱 커다란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즉, 우리의 강점인 ICT를 최대한 활용해 초일류 해양IT산업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ICT산업은 ICT 고도화를 넘어서 자동차, 의료, 금융, 물류 등 다양한 산업과 융합해 웨어러블기기, IoT, 드론, 핀테크 등 끊임없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며 역동적 혁신경제 주체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시의적절한 정부의 육성정책 수립과 규제 개선이다. 어업을 기업화하는 정책 추진과 각종 세제혜택, 자금지원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종산업 간 융합확대 걸림돌이 되는 규제개선도 필요하다. 육성정책과 법적장치는 두 개의 수레바퀴와 같아서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모든 일에는 골든타임이 있어 아무리 좋은 성과와 결과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놓쳐서는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다행스럽게도 정부에서는 관련된 지원정책을 수립해 중점 추진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속한 추진력이다. ICT 융합기술을 활용해 ICT 기반 스마트 양식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수중 자동급식, 생산량 관리, 원격감시 및 제어 등 스마트 양식시스템 및 플랫폼 구축, 부화부터 출하까지 자동화 기술개발, 어종별 생육정보, 양식장 운영정보 등 데이터베이스(DB) 및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통합관리시스템 구축 등 양식장의 스마트화를 이루어낸다면 경쟁력 있는 미래 성장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첨단 ICT를 적용한 스마트양식장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맛과 품질 면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아직까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육상수조식 양식, 해상가두리 양식 등에 있어 다양한 연구와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와 연계된 자동화시스템 관련 특허출원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해수온도 변화와 적조 등 자연재해로 인한 수산업의 피해는 증가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첨단 수산양식을 통한 인류의 미래 식량자원 확보는 주요한 수단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한·중 FTA 등으로 수산물의 상당수가 향후 10년 이후 개방됨에 따라 국내 양식산업 체질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우리는 작지 않은 면적의 천혜 바다자원을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 장점인 첨단 ICT를 바탕으로 다양한 양식기술 개발과 고부가가치 양식모델을 선점한다면 해양IT산업이라는 또 다른 창조경제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남인석 부회장 namis@gok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