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부딪친 아이폰 성장세…사실상 제자리

애플의 상징적 제품인 아이폰의 성장세가 벽에 부딪쳤다. 최신 3D터치 기능을 갖춘 아이폰6s시리즈도 무위였다. 지난 해 4분기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동기(7천450만대)에 비해 0.4% 증가한 7천480만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애플은 26일(현지시간) 가진 지난해 4분기(애플 회계년도 2016년 1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이는 앞서 월가 분석가들의 애플 아이폰 판매량 전망치 7천630만대를 밑도는 것이다.

더욱 나쁜 것은 애플 아이폰이 이번 분기(애플 회계연도 2분기,1~3월)에도 매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3월 분기 사상 최초의 성장 하락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성장엔진 아이폰이 벽에 부딪쳤다. 사진=애플
애플의 성장엔진 아이폰이 벽에 부딪쳤다. 사진=애플

이날 발표된 애플의 지난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746억달러)보다 1.7% 성장한 759억달러, 순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2%(4억달러) 증가한 184억달러였다.

■식어가는 성장엔진...“강달러, 글로벌 경기부진” 탓

팀 쿡은 애플의 부진한 실적을 강달러와 글로벌경제의 부진탓으로 돌렸다. 그는 분석가들과의 미팅에서 “우리는 이전까지 경험했던 그 어떤 것과도 다른 엄청난 상황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실적은 다른 회사들과 비교할 때 엄청난 것이지만 애플로 볼 때는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다는 우려를 낳는 것이다. 애플 매출의 3분의 2 이상이 아이폰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첫 등장이래 계속 대박을 쳐온 아이폰처럼 소비자를 열광케 만들 또다른 한방이 애플에게 없다는 데 있다.

■사상최초의 아이폰 판매 하락세

애플은 통상적으로 전분기 실적 발표시 다음 분기의 아이폰판매 예측치를 내놓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쿡은 이 날 “아이폰 판매량은 이번 분기(1~3월)에 사상 최초로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아이폰 총 판매량이 하락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시장이 포화됐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쿡은 아이폰판매 부진 전망 원인 중 하나로 이달 초 중국시장에서 보인 약세를 꼽았다.

쿡은 강달러와 최대 시장 중국 화폐의 약세,글로벌 경기부진을 아이폰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사진=애플
쿡은 강달러와 최대 시장 중국 화폐의 약세,글로벌 경기부진을 아이폰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사진=애플

애플이 지난 분기에 중국에서 판매한 아이폰의 절반은 이들이 생애 최초로 구매한 스마트폰이었다. 애플은 이같은 현상이 다른 신흥 개도국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쿡은 “이는 여전히 전세계에서 엄청난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살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우리는 우리에게 걸맞은 몫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은 지난 분기에 중국시장(중국,홍콩,타이완)에서 14%성장한 1천84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능가하는 최대 아이폰시장이 돼 있다.

파이퍼 제프리의 진 먼스터 분석가는 애플의 이번 분기 판매량이 5천만~5천20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보았다. 분석가들은 앞서 이번 분기 판매량을 5천500만대로 예상했다.

■애플, 이번 분기도 우려된다

월가 분석가들은 애플이 약간의 아이폰 판매상승세를 보이겠지만 이번 분기에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10개 이상의 회사가 최근 수주일 동안 애플의 아이폰판매 하락을 경고했다.

스티븐 밀루노비치 UBS분석가는 애플 실적 보고에 앞서 발표한 고객노트에서 “공급망으로부터 나오는 지속되는 부정적 데이터와 중국화폐의 약세를 감안할 때 아이폰 판매가 하락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폰판매가 지난해 4분기에 사실상 제자리였던데 이어 이번 분기도 우려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전자신문DB
애플의 아이폰판매가 지난해 4분기에 사실상 제자리였던데 이어 이번 분기도 우려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전자신문DB

애플의 이번 분기 매출은 500억~5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해 동기의 580억달러에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10년 새 애플 최초의 분기실적 하락세를 예고한 전망치다.

■아이패드,맥도 하락

애플의 아이패드 사업역시 부진했다. 지난 해 11월 발표된 기업고객용 12.9인치 대형 아이패드 프로도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이패드는 지난 2년간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지난 분기 아이패드판매는 25% 하락한 1천610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앞서 월가 분석가들은 1천780만대를 예상했다. 이같은 판매부진은 전년 동기 대비 8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분기중 맥컴퓨터 판매도 3.8% 하락한 530만대에 그쳤다. 당초 분석가들은 580만대를 예상했다.

애플은 애플워치 판매량을 밝히지 않았다. 이 기기를 아이팟과 함께 ‘기타제품’에 분류했다. 기타제품 판매는 62%를 성장한 440만달러를 기록했다. 포춘지에 따르면 월가 분석가들은 애플이 지난 분기에 550만대의 애플워치를 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쿡은 애플워치 판매량에 대해 “새로운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고만 언급했다. 애플워치는 지난 해 4월 처음 출시됐다.

애플의 주가는 컨퍼런스 중 3월 분기 실적 전망이 우려했던 만큼 나쁘지 않다는 가이드라인이 알려지면서 1% 정도 올랐다가 실적보고가 끝나자 2.5% 하락한 주당 97.50달러가 됐다.

이재구 전자신문인터넷 국제과학 전문기자 jk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