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태생적 한계…북한 과학기술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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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성4호
<광명성4호>

북한이 지난 7일 발사한 광명성 4호가 1~3단 추진체를 정상적으로 분리하고 위성궤도에 진입했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미사일)인 광명성 4호 발사에 관여한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평양으로 초치하는 등 축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 1월 핵실험 이후에는 평양시민 10만명을 동원해 핵 과학자와 기술자들에게 대로변 환송식을 열어줬다.

북한 과학기술은 정권의 폐쇄적 정책으로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자유로운 연구도 불가능하다. 대체로 북한 과학기술정책은 당 중앙위원회의 과학교육부가 중심이 돼 마련된 기본 정책방향에 따라 결정된다. 군사가 가장 우선시되는 선군정치로 원자력, 발사체 등 특정 분야가 발전했다. 전반적인 과학기술 수준은 남한보다 10~20년 뒤처져 있다.

[과학 핫이슈]태생적 한계…북한 과학기술 현주소

김정은은 집권 초부터 과학기술을 강조했다. 북한 과학자와 기술자 처우가 빠르게 개선됐다. 최근 북한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은 과학자 처우 개선 등과 무관치 않다. 과거 김일성은 국내산 원료와 기술에 의존하는 주체과학과 생산현장 지원을 강조했다. 김정일은 선군정치와 과학기술로 강성대국(사상, 총대, 과학기술) 건설을 강조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북한 김정은 시대의 과학기술 정책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김정은이 집권 초부터 지식경제를 천명하며 과학기술체제 개편과 첨단산업 육성, 지식보급 확대, 과학기술자 사기진작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제4차 과학기술발전5개년계획(2013~2017년)에서 먹는 문제와 에너지 문제 해결, 첨단기술 육성을 강조하고 있다.

[과학 핫이슈]태생적 한계…북한 과학기술 현주소

김정은은 과학기술로 강성국가 건설과 지식경제, 전민 과학기술인재화를 강조한다. 김정은 정권이 ‘지식경제’를 천명하면서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것은 북한이 직면한 에너지 및 식량 문제 해결과 강성국가 건설에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인 2013년 11월 13~14일 제9차 전국과학기술자대회를 개최해 ‘과학기술에 의한 지식경제 육성’을 강조했다. 이 대회는 김정일 시기의 제8차 대회(2010년 3월) 개최 후 3년 8개월 만에 열렸으며 지금까지 개최된 9차의 과학기술자대회 중에서 주기가 가장 빨랐다. 집권 후 개최시기에서도 김정일이 4년 10개월 후에 연 데 비해 김정은은 1년 11개월 만에 개최할 정도로 빨랐다. 그만큼 김정은이 북한에서 과학기술 중요성을 빠르게 인식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과학기술자 사기진작을 위해 평양을 중심으로 은하과학자거리와 위성과학자주택지구, 미래과학자거리 조성 등 과학자 특혜도 제공하고 있다. 김일성종합대학 교원살림집(아파트)과 김책공업종합대학 교원살림집 등 교육자 특혜조치가 집중적으로 추진됐다. 평양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중구역에는 수천 가구 아파트와 주택, 상업 시설, 김책공업종합대학 자동화연구소 등이 들어섰다.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북한은 고급 IT 인력의 해외진출과 수익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과학기술자 사기진작과 통치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식 지식경제를 추진하면서 연구개발체제 개편과 연구소 창업을 지원했다. 생산현장과 연계한 수익사업 창출이 가속돼 월급보다 월등히 많은 수익을 올리는 연구원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체신성(조선체신회사) 산하 정보통신연구소는 1951년에 설립된 체신기술연구소가 약전공학연구소로 개명됐다가 2001년에 확대 개명된 연구소다. 산하에 7개 연구실(전자교환기, 광섬유정보전송, TV방송, 이동통신, 프로그램, 컴퓨터망, 체신전망계획)에 연구원 70여명을 포함한 직원 200여명이 있다.

국가 IT산업 육성을 기회로 다양한 수익사업을 전개하고 이 중 일부를 개발자에게 지급하면서 10만원 이상 월급을 받는 연구원이 나왔다. 국가과학원 산하 연구원 임금은 월 3000~5000원 정도다. 주요 개발 판매제품은 인쇄기판, 광섬유중첩기, 아날로그-디지털변환기(TV), 중계기, 스위치교환기, 이동통신기기 등이다.

IT 중심 고급인력은 외화 벌이를 위해 외국으로 진출하고 있다. 중국(선양, 옌지, 다롄 등)에 파견한 IT 인력이 1000명을 넘어섰다. 중국 체류 비자가 쉽게 나오고 연고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10~30명 정도 팀 단위 인력 파견이 주로 이뤄진다. 사후관리서비스(AS)가 필요 없는 단기 작업이 많다. 주요 수입원은 일본, 중국 기업 중심의 게임 개발과 미국 기업이 다수 포함된 인터넷 웹 옥션 사이트 모듈 개발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학력, 숙련 개발자들이 PC 게임을 안드로이드나 아이폰에 컨버팅하는 작업과 디자인 등을 수준 높게 수행해 월 1만위안 이상을 번다. 현지에서 개발이 어려운 것은 인터넷으로 북한에 전송해 개발한다.

[과학 핫이슈]태생적 한계…북한 과학기술 현주소

김정은은 IT와 BT 등 첨단산업과 고수익 분야로 산업을 전환하고 있다. 과학기술계도 이전 생산현장 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응용분야 기업화와 수익사업 강화, 북한 특성에 맞는 비교우위 상품 개발과 판매 등으로 바뀌고 있다. 현장지원 중심에서 벗어나 비교우위로 전환하면서 과학기술계는 대규모 투입과 실패 반복이 줄어들고 보다 창의적인 활동이 증가하고 있다.

북한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선대부터 추진해 온 산업 전반 CNC화(컴퓨터 수치제어)를 더욱 강화했다. 정보통신망 구축과 IT산업 육성, 전자상거래 등을 준비하고 있다. 과학기술전당 신축과 내부 인트라넷 활용으로 전국 범위 과학기술 지식보급과 사이버교육, 원격화상진료 등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북한의 이런 정책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북한은 과학기술정책 수립자 전문성과 자율성이 부족하고 핵심 간부층에서 활약하는 과학기술자도 적다. 과학기술 선진국과 과학기술협력 대규모 유학생 파견, 해외 인터넷 개방이 없어 첨단 과학기술 동향을 제대로 파악·흡수하지도 못하고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