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핫이슈]뇌지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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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과학기술 트렌드는 ‘뇌연구’다. 인류는 농업시대, 산업시대, 정보화시대를 거쳐 왔다. 현재 나노-바이오시대를 지나 2025년쯤 뇌중심융합기술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에서도 1~2차 뇌연구기본계획을 세우면서 뇌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차 기본계획 시기에는 글로벌 논문 게재가 세계 13위로 증가했다. 특허등록과 출원도 세계 6위를 기록했다. 2차 시기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로 대형 뇌연구 집단이 출범하고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뇌연구에서 뇌지도를 빼놓을 수 없다. 뇌의 신경세포는 전기적 신호를 만들어 다른 세포들과 소통하는 데 여러 개 가지를 뻗어 다른 뉴런들과 접촉한다. 이 접촉 부위가 시냅스다. 시냅스는 다른 뇌세포들과 연결시켜주는 수많은 가지와 가지를 이어준다. 뇌지도 작성은 이런 가지와 시냅스를 통해 신경세포가 어떻게 연결됐는지 알려주는 지도를 만드는 작업이다.

[과학 핫이슈]뇌지도

뇌지도는 여러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 고속도로전도처럼 주요 연결망만 나타낸 평면지도, 구글어스처럼 골목길과 건물을 자세히 볼 수 있는 삼차원 지도, 대규모 발전소 네트워크 지도, 전기 회로도 지도를 제작할 수 있다. 세부적 지도를 만들 수 있게 되면 관찰 범위에 따라 확대와 축소도 가능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뇌지도는 몸체와 가지를 모두 포함한 신경세포를 효과적으로 시각화하기 위해 광학현미경으로 검출할 수 있는 신호를 세포 내에 침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신경추적기법이라 불리는 데 형광단백질이 광학 신호 역할을 담당한다. 형광단백질을 발현하는 유전자를 원하는 종류의 신경세포에 전달하는 매개체가 바로 바이러스다. 형광단백질과 바이러스 조합의 대표적 예가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와 녹색 형광단백질(GFP) 조합이다. 이것 말고도 렌티 바이러스, 광견병 바이러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와 형광단백질을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다. 뇌 안의 원하는 부위에 있는 특정 종류의 신경세포를 가지 하나하나까지 정밀하게 영상화할 수 있다.

그러나 해상도가 문제가 된다. 전자 현미경으로 시냅스를 관찰하는 방법은 표본을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사용된 항체 효율과 조직 보존 상태의 의존도도 커져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뇌신경망 지도화 기술은 GFP를 두 부분으로 나눠 두 단백질 조각을 발현하는 유전자가 각각 화학물질을 분비하는 신경세포와 화학물질을 받는 신경세포의 시냅스 단백질과 함께 발현되게 한다. 신경추적 기법과 마찬가지로 원하는 두 종류의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들만 영상화할 수 있어 더욱 정교한 지도 작성이 가능해진다. 기존의 일차원적 점 대신 이차원적 평면 단위 표본을 스캐닝하는 라이트시트 형광현미경을 사용하면 쥐의 뇌 전체를 영상화해 삼차원 뇌 구조를 빠른 시간 안에 생성할 수 있다. 현미경이 빛을 이용해 절편 슬라이드를 대신 만들어준다. 새로운 차원의 정밀함을 가진 포유류의 뇌지도가 작성된다.

2000년대 초 인간의 유전체 모든 염기서열을 해독한 휴먼게놈프로젝트가 성공하면서 포스트 게놈 시대가 열렸다. 뇌지도 작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2005년 올라프 스폰스 박사와 패트릭 해그만 박사가 뇌의 모든 구성요소와 연결구조에 관한 데이터 세트를 뜻하는 ‘커넥톰’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정부 기관 주도의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유럽연합국은 인간 뇌프로젝트(HBP)를 진행 중이다.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시뮬레이션을 통한 인간의 뇌를 재구성하고 있다. 미래기술 주력사업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10년 동안 총 1조8000억원 규모 지원을 받으며 컴퓨터로 쥐와 사람 뇌구조와 기능을 분자수준에서 시뮬레이션한다는 목표다.

미국도 브레인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면서 10년간 약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뇌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나노기술, 컴퓨터 과학과 다양한 학문 융합을 시도한다. 뇌신경망 분석 연구가 중점이다.

중국도 차이나 브레인 사업으로 인공지능 기초자원에 기반한 공공서비스 플랫폼 개발과 유전체 빅데이터 생산을 위한 인공지능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브레인/마인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는 인간 뇌 질환 이해를 위해 실험동물로 영장류인 비단원숭이를 이용한다. 2014년에 30억엔, 2015년에 40억엔 예산을 투입했다.

미국, 유럽연합, 중국, 일본까지 정부 주도로 뇌지도 작성에 대규모 연구비를 투자하는 것은 뇌 영역이 세계적인 추세에 부합한다는 강력한 증거이기도 하다. 대부분 정부주도의 10년 단위 장기 프로젝트이며 조 단위의 규모를 자랑해 비용 문제에서 연구자들이 비교적 자유롭다.

우리는 2014년에 생명공학분야 예산 총 2조3000억원 중 4.5%인 1045억원만 뇌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선진국 대비 다소 미흡한 수준이다. 원천기술이 없어 뇌연구 범용 핵심원천기술이 부재해 성과 창출에 한계가 있다. 기술이전 실적이 저조해 제품화 연계가 부족하고 산업 파급효과도 미약한 수준이다.

세계적으로 뇌지도 작성을 위한 연구가 치열한 가운데 뇌지도 작성에도 표준화와 자동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 유전체와 달리 사람 커넥톰을 읽어내기 어려워 혁신적인 영상기법이나 신호 추출 기법이 나오기 전까지, 인간 뇌지도 작성은 해상도나 정보 다양성 면에서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뇌지도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자폐증, 우울증 등 정신과적 질병의 메커니즘 연구 밑바탕이 될 수 있고 신약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형태의 인공지능과 로봇시스템 개발에도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