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에듀테크와 우리 SW산업의 미래

[미래포럼]에듀테크와 우리 SW산업의 미래

미국의 유명 대학 졸업자들이 소프트웨어 공학 계열로 재입학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타 계열에서 취업이 잘되는 공학계로 이동한 셈이다. 이와 연관해 살펴볼 때 올해 미국 ‘최고의 유망직업 순위 10위’ 내 정보기술(IT) 관련 직업은 시스템 엔지니어, IT프로젝트 매니저, 컴퓨터 네트워크 보안 컨설팅·정보 분석가(데이터 과학자), 소프트웨어 개발자(모바일 앱 개발자) 등 총 5개나 된다.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률 직업 조사’에서도 IT 관련 직업이 상당량 포진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요즘은 소프트웨어(SW)가 세상을 먹어 치우고 있다거나 자동차는 이제 SW로 달릴 것이고 은행은 금융업을 가장한 SW 산업이라는 등 유명인사 표현을 강요당하듯 강렬하게 접하게 된다. 해당 산업을 끌어가기 위해 3대 기업 요소(사람, 자금,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바로 사람(People)이다.

최근 정통 산업과 테크놀로지 결합이 활발하고, 현기증이 일 정도로 새로운 분야가 등장해 성장하고 있다. 파이낸스와 테크놀로지 결합인 핀테크(Fintech)가 그러하고 올해 가장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교육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인 에듀테크(Edutech)가 그것이다. 영국의 경우 ‘혁명’이라는 단어가 자주 붙는 나라이듯 산업혁명과 금융혁명(Fintech), 이제는 IT혁명을 이끌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영국은 G-cloud, 즉 정부 클라우드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제안하고 구축한 이력이 있는 데다 비대면 정부 공공 SW 조달이라는 획기적인 모범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왜, 영국은 대형 스마트 기기 제조사 하나 없는데 이렇듯 IT 및 클라우드 기술 등을 이끌어 가도록 정부가 선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바로 그것은 ‘헤게모니’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다.(유럽 전체 SW 시장 주도력을 확보한 원동력이 바로 주도권 경쟁에서 앞서 나갔기 때문이다)

영국 에듀테크의 경우 1200여개 업체가 활동하고 있다. 런던 시내에만 300여개 업체가 있다. 반면에 국내는 이제 겨우 50여개 남짓 창업해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영국의 교육 시장은 지난해의 30조원 규모를 2020년까지 50조원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우리나라 시장보다 2배 크기를 감안할 경우 에듀테크 산업에 대한 규모와 시점에 대해 육성이 시급한 상황이다.

에듀테크의 가장 큰 목적은 SW산업 인력 양성에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여러 변화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 계획은 초·중·고 SW 교육과 SW 중점 대학 지정, 육성에 대한 내용이다. 중학교는 2018년부터 정규 교육과목에 34시간, 초등학교는 2019년부터 최장 17시간, 고등학교는 2018년부터 일반 선택 과목으로 전환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한 교사 교육 연수 등 일련의 준비 내용이 포함됐다. SW 중점 대학은 2019년까지 총 20개 대학으로 확장하고, 정부가 연간 최대 20억원까지 지원한다. SW 인력은 ‘즉시 전력’으로 산업계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서강대의 경우 해외 연수나 산업계 기법을 차용하는 소극적 방식보다 ‘컴퓨터적 사고(Computational Thingking)’ 자체 배양을 목적으로 전체 학년에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을 제공, 자신의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해서 언제 어디서건 교육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획기적 첨단 방식을 올해부터 공급할 계획이다. 이 환경을 기반으로 전교생 프래그래밍 교육을 실시,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겸비한 인재 양성에 대비하고 있다. 산업 현장 요구 적합도를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보니 산업계에서는 반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제 미래 먹거리와 고용 창출, 국가 간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어떤 과제가 남아 있는지 생각해 보자.

첫째는 미래의 현실 학문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대학 입시에 반영해야 한다. “입시와 연계가 안 되면 잘 배우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절대 평가 등 어떻게 해든지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게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것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대학 입시에서 소프트웨어 과목이 국어·수학·영어 등과 동일하거나 그 이상의 비중으로 다뤄져야 한다. 이제는 교양이나 실생활 또는 미디어를 통해서도 충분히 교육이 가능한 상식선의 교과목에 시간을 쏟을 것이 아니라 지금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인성이나 사회성 교육은 강화돼야겠지만 백과사전과 스마트 디바이스 인덱스를 찾아보면 습득이 가능한 교과목에 굳이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겠는가.

둘째는 정부와 산업계의 지식 재산에 대한 국민의 자각과 계몽이 필요하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SW를 개발하는 인력과 그 산물에 대한 저평가 분위기를 개선시킬 수가 없을 것이고, 미국과 우리나라 개발자의 3배 임금 격차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현업에 있는 입장에서 판단했을 때 SW 개발자가 여전히 3D업종이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 없다.

최근 정권 초기의 미래부 주도 아래 SW정책 연구소가 설립돼 산업 현황과 SW 업계의 고충을 적극 개선하는 등 움직임은 매우 고무된다. 2016년 1월부터 공정한 선정을 위한 ‘벤치마킹테스트(성능테스트) 의무화’, 해외 업체의 악의성 가격 덤핑을 방지하기 위한 ‘예산안의 80% 이하 가격은 80% 기준으로 채점’ 등 정책 시행이 산업 활성화를 위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SW 회사의 생존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소가 바로 제품 성능과 기반 기술에 기안한 평가가 아니라 횡행하고 있는 ‘대면 영업 능력’이 제품 구매를 결정짓는 우리나라의 암흑 같은 세태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정부의 노력이 조금씩 결과를 맺어 가고 있다. 그러나 SW에 대한 지식재산권 분쟁과 가치 평가에 대한 법조계의 인식 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중복 판매해서 5억4000만원의 부당한 이익을 챙긴 대기업 계열사인 리셀러에 대한 소송, 직원을 통해 소스코드를 확보한 뒤 로고도 지우지 않고 판매하고 압수수색을 동원해 소스코드 등을 확보해서 제기한 영업 비밀 침해 소송 등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SW와 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해당 직원만 기소가 되고 대표이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는 것으로 그친다. 현물 100만원을 훔쳤을 때는 구속되지만 SW를 수십억원어치 훔쳐 팔아서 이익을 편취했어도 처벌되지 않는 일이 빈번하다. 이런 일이 지속된다면 어느 누가 젊음을 바쳐서 SW 개발에 투자를 하겠는가. 판사, 검사, 경찰의 지식 재산 가치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시각은 시급히 달라져야 한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를 관장하는 기구가 여러 부서로 나뉘어 있다 하더라도 단일 ‘컨트롤 타워’가 만들어진다거나 SW 저작권 위원회 등이 지식재산권과 밀접한 정부 부처와 결합하는 것은 어떨까)

셋째는 세계 시장 개척을 위해 SW 산업인 스스로의 각성이 필요하다. SW 개발 공급자 입장에서는 경쟁에 의한 덤핑보다 정당한 대가를 받고 합당한 질의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의지와 이를 통해 얻어진 이익으로 조직원의 삶의 질에 대한 향상 및 복지에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업계 성장을 위해 ‘영업 잘하는 회사’보다 ‘기술이 우수하고 세계 진출이 가능한 회사’에 더 많은 애정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는 해외 솔루션의 국내 판매 안정화에만 집중하고 이것이 마치 업계의 일반화된 현명한 일인 것처럼 여겨지는 현실이 오히려 해당 업계를 축소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구매자 입장에 있는 모 기관 담당자의 “무조건 해외 솔루션만 구매한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것도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해외 업체가 하는 일은 대단해서 요구하는 값을 모두 수용하려는 경향이나 국내 업체가 개발했으니 뛰어들어서 유사 복제품을 개발하려는 모습이 개선돼야만 산업계가 건전해질 것이고 바라보는 국민들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SW 업계 종사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것이 담보돼야만 이 땅의 귀한 인재들이 해당 업계로 들어오지 않겠는가.

마치 해외 SW를 국내에 들여와서 부를 축척하고 그것이 IT 업계에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많은 동종 업계 세태를 보면서 근시안적 사업 영위에 일침을 가하고 싶다.

“공공 영역이 풀기 힘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새로운 기업들의 활동이 도움된다.”

기술 개발을 기반으로 여러 산업화 융합을 하는 획기적인 선도 기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에듀테크 기업이 스마트 기기를 기반으로 사교육과 해외 교육 시장 경쟁력 확보 등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하고 있는 요즘 알맞은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지식 재산에 대한 공정한 대가 산정을 해 주되 때가 되어 기업과 경쟁하는 통합 에듀테크 솔루션 개발 등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투자자는 연간 20조원에 이르는 교육시장의 미래와 세계 시장을 보고 과감한 투자를 하기 바란다, 산업계는 이를 통해 공급되는 SW 인재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 규모 17위에서 정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이바지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이 우수한 인재를 길러 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재 유입을 위해서 SW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 이것이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극복’ 과제이다.

마지막으로 모 석학의 교육에 관한 이 말을 기억하자.

“프로그램밍을 못하면 프로그래밍 당하게 된다.”

최백준 틸론 대표이사 kjun@til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