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대-대기업 동반성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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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융합 시대다. 업종 간 장벽은 낮아지고 이종 산업이 결합,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심화되는 추세다. 미래를 얻기 위해서도 기술융합 시도는 더 많아져야 한다.

융합시대에는 개별 기업의 자체 능력보다 생태계, 기업 간 합종연횡이 중요하다. 단일 기업이 홀로 모든 영역에 대응하기보다 협력으로 단기간에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융합산업의 중심에는 정보통신기술(ICT)이 있다. 조선정보기술(IT), 스마트그리드, 스마트카 등은 기존의 전통산업과 ICT의 만남을 통해 이뤄진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전자산업 전반과 통신·인터넷 인프라에서 글로벌 상위권에 위치한다. 그만큼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우리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국내 대기업 간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 이른바 `대-대기업 협력`이다. 그동안 우리는 대·중소 상생협력은 많이 논의해 왔지만 대기업 간 협력에는 그다지 공을 쏟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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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와 삼성전자·LG전자가 협업한다면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앞서갈 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현대기아차는 국내 기업보다 수직계열화된 그룹 계열사, 해외 업체와의 협업에만 관심이 많다. 삼성과 LG도 국내 자동차업계보다 각각 BMW와 폭스바겐 등 해외 자동차 제조사와의 새로운 기회 잡기에 더 열중이다.

최근 정부 주도의 미래자동차 협업에서도 삼성과 현대차 간에 미묘한 시각차가 나타났다. 적극 협업보다는 자칫 전체 주도권을 상대방이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더 많다. 무엇보다 `오픈 마인드`가 부족하다. 국내 재계 1·2위 간 경쟁 심리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주변에서 서로 `갑` 위치에만 있던 두 회사 간 공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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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도 국내 대기업 간 공조 사례는 거의 없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업계가 힘을 합쳐 투자와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개별 기업 경쟁력으로만 승부한다. 반도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협력한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 디스플레이에서도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동반자보다 경쟁 관계에 있다.

회사별 이익 추구는 당연하다. 하지만 시장점유율을 놓고 경쟁하면서도 기술표준이나 특허공유, 글로벌 주도권 싸움 등에서는 우리 대기업 간에 충분히 협력할 수 있다.

대-대기업 협력은 국내 중소기업에도 큰 기회를 제공한다. 기술력 있는 유망 중소기업이라면 특정 대기업 협력사로 국한하지 말고 여러 대기업과 협력하면서 추가 성장 기회를 가져야 한다. 대기업 간 협업 과정에서 다양한 국내 부품·소프트웨어 기업이 `낙수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1, 2위 전자회사와 글로벌 5위 자동차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공조하면서 가져올 시너지는 상상 이상이다. 융합 시대를 선도하려면 우리 대기업 간 협업이 획기적으로 늘어야 한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