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식목일

매년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1949년 대통령령으로 처음 지정됐다. 공휴일에서 빠지는 것을 여러 차례 반복하다가 2006년부터 다시 공휴일에서 빠졌다.

우리 역사에서 4월 5일은 여러 의미를 지닌다. 신라가 당나라 세력을 한반도에서 몰아내고 삼국통일의 대업을 완수한 날이 677년 이날이다. 조선 성종이 세자 및 문무백관과 함께 동대문 밖 선농단에 나아가 제를 지낸 뒤 몸소 밭을 일구던 날이다. 민족사 의미뿐만 아니라 4월은 계절상 청명 전후로 나무 심기에도 좋다.

현대 의미의 식목일을 처음 시작한 곳은 스페인이다. 1805년 시에라 지역 성직자 라몬 바카스 로소 신부는 카니발 축제 기간 화요일에 수십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서 나무의 중요성을 주변에 알렸다. 식목일은 축제와 함께 사흘 동안 이어졌다. 로소 신부는 나무 보호 선언문을 작성해 주변 마을에 알리면서 나무를 심는 식목일은 국가 행사가 됐다. 당시는 나폴레옹이 유럽 정복에 나서면서 삼림이 황폐해지던 시기였다.

미국에서 식목일을 공식 지정한 대통령은 시어도어 루스벨트다. 루스벨트는 1907년 4월 15일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나무의 중요성을 연설하며 이날을 식목일로 선언했다. 환경보호주의자 이스라엘 매크레이트의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다.

나라마다 날짜는 다르지만 식목일은 대부분 4월에 모여 있다. 계절상 생명이 움트는 시기인 데다 왕성한 활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무를 심는 행위는 단지 나무 보호를 위한 행위 자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가올 미래 세대를 위한 행동과 실천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오는 13일 열리는 국회의원 총선거는 식목 행위와 유사하다. 총선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은 미래를 위한 법률을 제정한다는 점에서다. 이들이 만들 법은 10년, 20년 후 미래 사회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법이다. 총선일이 우리 사회 미래를 위해 한 표를 행사하는 날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이경민 코스닥 전문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