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대한민국 헌법 2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2조다. 이 말은 한 정치인의 입을 통해 다시 회자됐고, 이번 4·13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치열하게 펼쳐진, 그리고 혼탁한 그들만의 권력 투쟁이던 4·13 총선이 끝났다. 결과는 집권 여당의 참패와 제3당 부상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4·13 총선에서 국민은 대한민국의 주권이 누구에게 있고, 권력이 어디로부터 나오는지 선거를 통해 분명하게 보여 줬다.

당초 4·13 총선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야권 분열이 결과적으로 여당에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의석 3분의 1 이상인 122석이 걸린 수도권 대부분은 여야 격전지로 분류되는 만큼 야권 분열은 `여당 승리, 야당 필패`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예상보다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면서 `여소야대`를 만들었다. 야권 분열로 여당의 어부지리가 예상되던 수도권에서 더민주는 81석을 기록했고, 국민의당은 안철수 공동대표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과 관악갑에서 승리했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유권자의 `교차투표`가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지역구는 더민주,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을 찍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제1당이 된 더민주보다 국민의당 정당투표가 많았다는 점도 이를 대변한다.

또 여당은 야당이 각종 정책 추진에 발목을 잡는다며 `야당 심판론`을 내세웠지만 이는 오히려 `정권 심판`으로 되돌아왔다. 이른바 여당 텃밭이라고 불리는 영남권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더민주는 영남에서 9석을 차지, 차기 대선을 위한 `낙동강 벨트`를 확보했다. 그동안 보여 준 영·호남 민심이 조금씩 희석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선거 결과를 놓고 여당은 침울하고 야당은 환호한다. 이제 각 당과 대선후보 잠룡 간의 치열한 수 계산이 시작됐다. 인공지능 `알파고`라 하더라도 앞으로 벌어질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해 내지는 못할 것이다.

치열하게 벌어질 과정이야 어떻든 귀결은 국민에게서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2조에 답이 있다.

벌써부터 참패한 집권 여당의 향후 국정운영 어려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에 계류된 각종 경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지가 가장 먼저 언급된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정부의 불통, 여당의 공천 갈등이 여당의 참패를 불러왔다고 분석한다. 표면상 맞다. 하지만 더 근본적 문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그들의 정치에 `국민`이 빠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어려워진 경제에 국민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으로 내몰리는데 정치권은 권력욕에만 사로잡힌 채 서로 물고 뜯었다. 각종 경제 관련 법안도 마찬가지다. 국민보다 정치 역학 관계 유불리가 앞섰다. 여야가 다르지 않다.

이번 선거가 `최선`이 아닌 `최악`에 대한 국민 선택이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이 빠진 정치는 또다시 참패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19대 대통령 선거가 1년 8개월 남았다. `대한민국 헌법 2조`는 다가올 대선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홍기범 금융/정책부 데스크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