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사회에 되 갚아야 하는 연장자의 의무

[미래포럼]사회에 되 갚아야 하는 연장자의 의무

얼마 전 나이든 자들의 책무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현재 인구분포를 떠나서라도 인구의 4분의 1 이상이 50대 이상이다. 우리 세대는 고생도 많이 하였지만 어찌 보면 좋은 세상에 살아온 것을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았으니까. 우리가 느끼는 책임감, 사명감, 의무감, 소신은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통된 의무는 우리의 자손, 우리의 후배, 젊은이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남겨 놓는 일이 아닐까?. 적어도 더 나빠지진 않게. 정보화 전략과 인프라, 기술 및 서비스가 주축이 되는 IT 항해시대를 열기 위해서도 (미래 모임의 모토) 기본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 생각되니 미래를 위한 바램을 나눠보자.

첫 직장이 통신사업자 겸 통신장비 제조 회사의 연구소인 관계로 계속 통신망 관련된 일을 해 오면서 운 좋게 시스템 개발에 참여하는 스프트웨어 서비스, 망 장비에 들어가는 하드웨어 개발에도 참여할 수 있었고, 30년 이상을 정보 통신, 이동 통신 세상 속에서 버텨왔다. 그에 따른 국내 기술 선도에 참여하는 긍지도, 젊은이들에게 기술을 전파하는 기쁨도, 수입하는 중요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모듈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서글픔도, 더 큰 회사의 무리한 요구 및 독선으로 받은 비참함도 다 경험할 수 있었다. 다양한 훈련과 경험, 배움 속에서 얻은 결론은 `세상에 모두에게 좋은 제도는 없다` 다만 누가 어떻게 운영하는 가에 따라 좋은 법도 나쁘게 사용될 수 있고, 나쁜 시스템도 좋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은 아직, 우리는 기술로 많이 부족하다. 1980~90년대 식 기술 공유, 즉 나누어 주기, 함께 가기 식 지원으로는 기술자립이 힘들다. 오늘도, 작은 제품을 만들 때 꼭 들어가는 주요 부품 이나 소재는 아직도 수입한다. 개발 기반인 소프트웨어의 주요 운영시스템, 데이터베이스 등도 아직 없다고 본다. 물론 국내 제품도 나와 있기는 하지만 실력의 차이는 인정해야 발전할 수 있다. 우리가 통신 기술의 발전에 앞장서 기술을 선도한 적이 있지만 (IT강국이라고), 챙기지 못한 부분이 더 많다. 몰라서 못했던 부분, 알면서도 넘어간 부분, 정권에 따라 묻혔던 부분 등 이유야 여럿이지만, 현실을 똑바로 보지 않고 불편한, 각광 받지 못할, 책임져야 할 일들을 피하는 것,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정답을 찾거나 만들어 갈 때는 교과서에 나온 답이 정답일 때가 많다. 각자 스스로 자신의 일을 자신이 책임을 지게 되면 시작이 된다.

아직 우리는 ICT 발전지수 상위국 이다. 그러나 100대 패키지 SW 기업에는 들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3년에서 5년이 중요한 시기이며 향후 우리가 어디에 속해질 지가 결정될 것이다.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우리가 선진국가라 자부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문화가 따라와 줘야 하고, 우리의 평균값과 모드 값이 비슷해져야 한다. 이 모드(Mode)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느끼지 않으며, 시민의식(citizen oblige) 연대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는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어, 할일 다 했어` 하던 것을 `제대로 잘 했어`로 바꾸어가면서 미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누릴 개인적 자유`와 `해야 할 공공의 의무`의 조화를 지키는 운동이 꼭 필요하며, 그 시작점으로 연장자(또는 연륜이 있는 자)의 책무가 솔선의 제일 적격이라 생각한다.

천직(天職) 이란 신념으로, 또는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책임감을 느끼며 각자 맡은 직무를 한다면, 자신들이 하는 일을 가볍게 할 수가 없다. 이런 마음가짐이 제일 필요하고, 가장 큰 영향력을 갖은 이들이 공무원과 교육자이며, 효과도 곧 나타날 것이기에 그들에게 미래를 위한 기본기 다지기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한다.

낭비되는 자원을 줄이는 것, 집중해 투자하는 것, 공공의 투자를 제대로 관리하는 작업에 신념을 갖고 짚어 봐야 한다. `기초과학 노벨상 계획 1000억 투자` `2025년 세계 1등 기술 10개 창출` `2019년 구글 넘는 데이터 축적` `기초과학 아직 배고프다…` `연 30억들여 노벨상급 6명 모셔왔지만 정규 강의 0` 등 힘 빼는 기사들을 읽으면 한숨부터 나오지만, 어찌 보면 정부의 커다란 혜택이니, 골고루 여러 사람에게 돌아가게 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경영마인드로 보면 비효율적이니 이제는 투자효과(ROI)를 염두에 두어야 할 시점이다. 대학교 교수들의 처우나 인식이 아주 높았던 우리나라는 실무자의 제안 보다 교수님들의 말이 우선시 되어 왔고, 그들 중 일부는 탁상 행정의 방패막 노릇을 쉽게 한 부분을 인정하고 효과나 효율을 높이는데 앞장서야 한다. 누군가 조금만 챙기고, 소신 있게 과거 자료들을 수집한다면 나누어 주기 연구 개발비는 얼마나 의미 없는 지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운동도 경륜 있는 교수 의무라고 생각한다.

회사 내에서도 연구원들은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개발에만 전념하도록 하는 게 관례이나, 영업 마인드를 심어주면 더 나은 제품, 경쟁력 갖춘 제품이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연구 책임자들에게도 경영이론 기초를 알게 한다면 조금은 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 믿는다. 회사는 연구소가 활동이 활발하여 미래 먹거리 창출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개발, 생산 품질, 영업, 관리, 기획 그 어느 부분도 없어서는 안 되고, 부서간의 협력이 잘 되어야 탈 없이 굴러가며, 타 부서 인원과 소통이 잘 되고, 유연하게 대응이 되어야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또한 각자 맡은 일을 잘하는 것은 기본이고, 옆의 부서 일도 약간의 오지랖을 펴 개선에 참여하고, 타 부서는 이를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는 서로 능률이 몇 단계씩 올라서 어려운 일도 쉽게 해결이 됨을 많이 봐 왔다.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어려운 시기에는 서로 잘 참고 협력이 잘 되어 성장가도를 달리게 되더라도 여유가 생기면 어려운 문제들이 나타난다.`동고동락`에서 고생은 함께 잘 견디는데, 좋은 결과를 함께 하기가 쉽지가 않다. 합심하여 어려움을 극복하며 회사의 오르막을 올라간 팀이, 첫 번째 정상에서 함께 기뻐하면 다음 정상을 향해 떠나게 되지만, 정상에서 공 과를 놓고 다투게 되거나, 부서간의 이기심이 우선하면 회사는 곧 내리막 길로 들어서게 되고 아주 빠르게 추락하게 된다. 이러한 갈등이 생길 때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서간의 이기심을 다독일 중간 리더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직원의 애사심이었다. 회사의 직원 하나하나가 자신의 책무를 잊을 때, 다른 직원과 비교하기 시작 할 때 위기가 온다. 국가도 마찬 가지 이리라. 개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할 일은 뒤로 하고 권리 찾기만 우선 한다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내가 먼저 내 책무를 다하는 게 필요조건 이다.

우리나라 공무원은 예전에 비하면 보수도 좋아지고 처우도 개선되어`구준생 (9급 공무원은 준비하는 학생)`이란 슬픈 단어가 있지만 바뀌어야 한다.. 국가의, 정부의 정책 변화가 이루어 지기 위해, 전문성 있는 공무원들이 (연륜 있는) `나이든 자의 책무`로 소신 있게 선택과 집중할 수 있어야하며, 유연성 있는 정책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가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함께 할, 그런 공무원이 나와 주어야 변할 수 있다. 그냥 자리 지키며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내가 더 오래 가거든요` 하면서 복지부동인 이들이 아닌, 자신의 일에 긍지감을 느끼는 공무원이 필요하다. 회사나 국가나 몸체가 무거워지면 경쟁력이 그만큼 뒤지는 징표이며 개인이나, 조직이나, 국가나 경쟁력을 상실하면 미래가 어두어진다. 젊은이에게 선물이 될 미래를 위해서는 솔선수범을 보여줄 그룹들의 책임의식과 우리 모두의 자성이 필요하다.

송문숙 이지넷소프트㈜ eznetsoft@yahoo.com

etnews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