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박근혜정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만들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말이 위태롭다. 국정 동력이 약화되고 `조기 레임덕` 관측까지 나온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국회는 대통령을 견제하지만, 여당과 함께 대통령 추진 정책을 법으로 뒷받침해주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국민은 총선에서 그 역할을 여당에서 수거했다. 대통령 국정운영 방향이 국회에서 잘 관철될 리 만무하다.

레임덕은 `뒤뚱거리는 오리`를 의미한다. 대통령이 집권 말기에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상태를 일컫는다. 더 심각한 단계에 이르면 `브로큰덕(broken duck)` `데드덕(Dead duck)`으로 비유된다.

5년 단임제인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레임덕 현상은 통과의례처럼 돼왔다. 집권 후반기에 진행된 선거 결과가 크게 좌우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집권 4년차에 여권 내 대권후보 경선 파동과 선거 패배, 권력형 비리 등이 돌출하면서 레임덕에 빠졌다. 김대중 대통령도 집권 4년차 여당 분열과 두 아들의 구속 등으로 레임덕이 왔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6년 지방 선거 참패로 레임덕에 빠지면서 열린우리당과 충돌했고, 이어 친형 비리 구속 등으로 결국 탈당했다.

박 대통령도 이번 총선을 계기로 레임덕 터널에 진입했다. 아직 22개월 남았다. 산업 위기와 수출침체 등 버리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다. 심각한 경제 위기 돌파구를 찾아야 하고, 청년 실업과 고령화문제 그리고 안보까지 챙겨야 한다. 박 대통령은 총선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명확히 읽고 심기일전해야한다.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는 솔직했고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려줬다. 박 대통령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야 한다. 국민과 더 소통해야 한다.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무난하게 수행하기 위해 야당과도 대화해야 한다. 남은 22개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박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