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오리무중·각자도생·집사광익`

`오리무중` 상황이다. 안개가 주위를 가려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자성어다. 방향이나 상황을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총선 이 후 대한민국 모양새다. 그만큼 이번 선거는 충격이었다. 호기 있게 160석 이상을 자신하던 집권 여당은 과반 의석에 실패했다. 존재감조차 흐릿했던 야당은 정국 주도권을 잡으며 부활했다. 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졌다. 불과 하루 차이로 공격수와 수비수가 바뀐 것이다.

[데스크라인] `오리무중·각자도생·집사광익`

새로운 정치판이 만들어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빗나간 예측의 결과는 뿌연 정국이다. `시계 제로` 상황이다. 뒤바뀐 공수가 어디로 불똥이 튈 지 도통 가늠할 수 없다. 지금까지 여당 정책기조는 성장과 효율이었다. 야당은 분배와 형평에 맞춰져 있었다.

앞으로 어떤 기조일까. 안개 속이다. 규제 완화, 경제 활성화, 부동산 정상화와 같은 부양책도 모두 공중부양 신세다. 대통령과 청와대도 머쓱해졌다. `힘의 공백`이 무너진 정치권을 바라보는 산업계는 더 착잡하다. 이래저래 기업 셈법도 복잡해졌다.

`각자도생`이 살길이라고 한다. 저마다 알아서 생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는 열심히 제 할 일을 하는 것 이외에는 딱히 해법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맞는 말이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안팎의 경제 환경이 그만큼 급박하다.

당장 성장률을 보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전망치 2.7%, 내년 2.9%다. 이대로라면 3년 연속 2%대 성장률이 불가피하다. 2%대 저성장은 올해뿐 아니라 내년, 그 이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저유가와 중국 경제 둔화 등 대외 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가계부채, 고령화 등 구조적인 요인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수출도 문제다. 수출은 우리 경제 성장 동력이자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이어 줄었다. 1970년 이후 1년이 넘는 마이너스 수출 행진은 처음이다. 국가 경제 지표를 보여주는 성장률과 수출이 이지경이면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저성장 국면은 이미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라는 이야기다. 정부, 가계와 기업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우스갯소리로 졸면 훅 갈 수 있다.

그나마 해법은 `집사광익`이 아닐까. `생각을 모아야 이익을 더한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면 더 큰 효과와 이익을 얻을 수 있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 제갈량이 쓴 글에서 유래했다. 제갈량은 지략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나랏일을 독단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촉나라 승상이 된 뒤에도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선거혁명 원인 가운데 하나는 불통이었다. 단순히 대통령과 주변 측근의 소통으로 제한해서는 안된다. 대통령과 국민, 청와대와 정치권, 여권과 야권, 정치권과 경제계가 먼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가슴깊이 새겨야 한다.

더 중요한 건 듣는 주제다. `선거 후 대한민국`을 이야기해야 한다. 경제 성장부터 미래 먹거리까지 급박하면서 중요한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비판조차도 시간 낭비다. 선거 결과면 충분하다. 지나치면 한풀이로 비쳐질 뿐이다. 선거에서 보았듯이 민심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4년 권력이 아닌 평생 권력을 위해서는 결국 마음을 얻어야 한다. 민심은 이미 과거가 아닌 현재와 미래에 가 있다.

강병준 통신방송부 데스크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