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일하기 좋은 기업

[프리즘]일하기 좋은 기업

미국 노스캐롤나이나주 캐리에 위치한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SAS에는 없는 게 많다. 미국 기업으로는 드물게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 직원 이직률도 낮다. 비정규직이나 용역도 없다. 환경·경비 담당자도 회사가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한다. 복지수준도 일반 사무직과 같다.

한국 기업처럼 길게 줄지어 붙어있는 책상도 보기 힘들다. 모든 직원은 작지만 독립된 사무실을 가졌다. 기업공개(IPO)도 없다. 짐 굿나잇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주식 대부분을 소유, 완벽한 `오너 경영` 체제다.

[프리즘]일하기 좋은 기업

모든 직원이 100% 만족하지는 않겠지만 SAS는 매년 `일하기 좋은 기업`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SAS 경영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SAS는 우리 시각에서 보면 상당히 특이한 구조다. 아니 용납하기 힘들다. 국내 경영자라면 매출을 올리지 않는 잔디 깎는 직원을 정규직으로 뽑지 않는다. 한눈에 보이지 않는 부하직원이 의심쩍어 하루에도 몇 번씩 사무실을 찾을 것이다.

직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장기간 집권하는 CEO가 회사를 제대로 경영할지 불안하다. 회사 경영에 사사건건 이의를 제기하거나 CEO에게 무조건 충성하는 두 부류로 나뉠 공산이 크다.

미국 IT기업에는 SAS를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처럼 한국 직장인이 부러워할만한 문화와 환경을 지닌 곳이 많다. 물론 그들이 정답은 아니다. 우리 기업이 꼭 따라할 필요도 없다. 한국 사정과 다른 게 많다. 몸에 맞지 않는 음식을 갑자기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국내에서도 여러 시도가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기업이 각기 다른 문화로 일하기 좋은 기업에 도전해야 한다. 야근과 휴일근무로 억지로 생산량을 높이고, 성과가 나오면 상여금으로 노고를 보상하는 천편일률적 체계로는 부족하다. 한국만의 일하기 좋은 기업을 고민해볼 때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