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뒤늦은 정부의 `빚 걱정`

[관망경]뒤늦은 정부의 `빚 걱정`

금전 빚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반드시 발생한다. `버는 돈`보다 `쓸 돈`이 많기 때문이다. 빚을 낼 때에는 상환 계획이 중요하다. 언제까지 어떻게 갚을지 현실성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빚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커져서 관리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국가도 빚이 생긴다. 국민을 위해 써야 하는 돈만큼 세금을 충분히 거두기가 힘든 탓이기 때문이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국가에 빚이 너무 많으면 정작 필요한 곳에 돈을 쓸 수가 없다. 과도한 국가 빚은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철저한 재정 관리가 필수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증세 없이 재정 확장 기조를 이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줄곧 “아직 괜찮다”고 말했다. 경기가 살아나면 세수가 늘어서 재정 건전성도 회복될 것이라는 설명을 수없이 반복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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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정부가 최근에서야 “국가 재정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다”고 실토했다. 올해 국가 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2060년 60%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안으로 재정건전화특별법 제정을 제시했다. 과도하게 빚이 늘지 않도록 법으로 막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돈이 들어가는 사업은 더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현실성과 지속성이다. 여소야대 국회를 고려하면 특별법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빚을 줄이겠다며 내년도 예산을 확장 편성한다는 계획도 앞뒤가 안 맞는다. 박근혜정부 임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정책 지속성도 자신할 수 없다.

빚이 지금처럼 불어나기 전인 국정 운영에 한층 힘이 실리던 때에 미리 `상환계획`을 세우지 않은 점이 아쉽다. 이제라도 정부가 빚 걱정을 시작했다니 불행 중 다행이다. 특별법 통과를 위한 여야의 설득, 재정사업 관리 체계 정비에 최대한 역량을 모아야 한다. 차기 정부에 `관리 가능한 가계부`를 넘기는 일은 지금 노력에 달렸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