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1년 6개월] 이용자 차별은 해소...통신비는?

1년 6개월 동안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은 상반된 평가에 시달렸다. `혼탁한 시장 질서를 바로잡았다`는 호평이 있는가 하면 `싸게 파는 걸 막는 악법`이라는 비난도 일었다. 18개월 동안 통계지표는 단통법이 이용자 차별을 막고 가계통신비 인하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음을 보여 준다. 통신사 영업이익 증가는 `통신비 추가 인하` 여론을 불러올 것으로 점쳐진다.

[단통법 1년 6개월] 이용자 차별은 해소...통신비는?

◇발품족·중소 유통점 “단통법은 나쁜 법”

단통법을 향한 근본 의문은 `왜 물건을 싸게 파는 게 죄인가`다. 가장 강력한 반대 논리고, 그만큼 호소력도 짙다. 특히 발품 팔아 `공짜폰` 맛을 본 사람들에게 단통법은 악법일 수밖에 없다. `단통법은 통신사 배 불리는 법`이라는 극단의 반대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발품족에게는 `보조금=좋은 것`이다. 이 시각은 `지원금 상한제 폐지` 주장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지원금 상한 동결` 카드를 쓰자 `그것 봐라`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부가 앞장서서 경쟁을 막고 통신사의 곳간을 채워 준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가 단통법 1년 반 내내 인터넷을 지배했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재생산됐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여론이 과대 포장되면서 단통법 평가가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단통법에 부정적인 다른 그룹은 중소 유통점이다. 중소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은 살기가 팍팍해졌다. 시장이 번호 이동에서 기기 변경 중심으로 바뀌면서 통신사 판매장려금(리베이트)이 감소한 것이 결정타였다.

공짜폰을 찾아 헤매는 `발품족`이 사라진 것도 타격이다. 어딜 가도 조건이 같은 이상 사람들은 대형 유통점을 선호했다. 찾기도 편하고, 혜택도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단통법 1년 반 동안 중소 유통점이 1000개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중소 유통점을 지원하기 위해 현행 월 2회 통신사 직영점 일요일 휴무가 다음 달부터는 모든 일요일로 확대된다.

◇이용자 차별 해소 긍정적…가계통신비 인하에도 기여

정부가 단통법을 보는 시각은 전혀 다르다. 법의 정식 명칭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다. 경쟁이 초점이 아니다. 유통 구조를 바로잡는 게 우선 목표다. 그러면 자원 낭비를 줄이고 자연스레 요금 인하와 서비스 향상도 가능하리라 봤다.

정부가 파악한 기존의 이동통신 유통 구조는 `고비용 저효율`이었다. 고가요금제와 비싼 휴대폰 사용을 장려하고, 이런 체제를 높은 보조금으로 지탱했다. 보조금은 아무것도 모르는 다수의 순진한 소비자(호갱)로부터 나온다는 게 정부 시각이었다.

이 시각에서 보면 일부 소비자에게만 고액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다수 일반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여기가 바로 단통법 출발점이다.

단통법 1년 반 성적표는 정부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 먹혔다는 걸 보여 준다. 정부가 단통법을 내놓으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용자 차별 금지`다. 시간, 장소, 가입 유형에 따른 차별을 하지 마라는 것이다. 이 정책이 성공했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지표는 번호이동과 기기변경 가입률이다. 단통법 직전인 2014년 1~9월 기기 변경 가입자 비중은 26.2%에 불과했으나 올해 3월에는 47.7%로 급증했다. 가입 유형을 차별하지 않자 굳이 통신사를 옮길 이유가 줄어든 것이다.

평균 가입요금 수준이 2014년 4만5000원 수준에서 지난해 3만8000원대로 낮아진 것도 의미가 있다. 고가 요금제 강요가 줄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데이터중심요금제 시대가 열리면서 통화량 때문에 고가요금제를 쓰던 사람이 요금제를 낮춘 것도 평균가입요금 수준을 내리는 데 기여했다.

가계 통신비도 내려갔다. 2014년 15만350원이던 월평균 가구당 가계통신비가 지난해 14만7725원으로 줄었다. 2600원 정도 내려간 것이다. 체감하기는 쉽지 않지만 5000만이 넘는 가입자를 거느린 통신사 입장에서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지난 3월 648만명을 돌파한 20% 요금할인이 통신비 인하에 공을 세웠다.

◇통신비 추가 인하 요구 일 듯

이제 남는 의문은 `싸게 파는 걸 막을 만큼 단통법은 공익에 기여했는가`다. 그렇지 않다면 싸게 파는 걸 죄로 만드는 명분이 약해진다. 다시 말해서 `가계통신비를 2600원 낮춘 것이 적정한가`에 답해야 한다.

적정하다고 답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우선 2600원이 너무 약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전체로 보면 2600원도 무시할 수 없는 큰 금액이다. 하지만 한 개인이나 가구에게는 있으나 마나 한 금액일 수 있다. 2011년 기본료 1000원을 낮췄을 때 통신사는 타격을 받았지만 결국은 `생색내기`라며 욕만 먹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통신사의 영업이익이다. 올해 1분기 통신3사 영업이익은 9200억원 안팎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분기보다는 무려 18% 이상 높은 실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마케팅비용 감소다. 시장이 기기 변경 중심으로 바뀌면서 예전과 같은 극심한 가입자 뺏기 경쟁이 줄어든 영향이다.

정부가 맞았다. 무의미한 경쟁을 줄이자 무의미한 지출이 줄었다. 그럼 아낀 돈은 어떻게 하나? 통신사가 잔치를 벌일 것인가, 요금을 추가 인하할 것인가? 이게 대중의 관심사다. 통신사는 20% 요금할인이 두고두고 매출을 갉아먹을 것이라며 당장의 영업이익 증가가 무의미하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매출 감소는 멀고 영업이익 증가는 가깝다.

정부가 단통법을 현행대로 유지하기 위한 명분을 얻으려면 통신사의 늘어난 영업이익이 통신비 인하로 이어진다는 것을 지속해서 보여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의 통신비 추가 인하 요구는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