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선택과 집중

[프리즘]선택과 집중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인한 경제 불황이 극심했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모든 국민이 경제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당시 화두는 `선택과 집중`이었다. 기업은 모든 것을 다루던 종합상사에서 벗어나 최고 수익 분야를 선택해 역량을 집중했고, 정부는 기업이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금리를 낮추고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경기부양책을 썼다. 그 결과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면서 IMF 직후 180만명을 넘어서던 실업자 수가 줄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실업률이 4.1% 수준으로 낮아졌다.

산업 분야에서도 선택과 집중이 이뤄졌다. 정보통신 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투자를 집중했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내로라하는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고용창출 효과도 이어지면서 경제 위기로 인한 실업 문제가 해소되고m,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새로운 경제 발전의 계기도 마련됐다.

인천시에 이어 경기도가 산하 공공기관을 통폐합한다. 유사 중복 업무가 많고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예산 낭비를 줄이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예산 삭감을 위한 구조조정 이상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반발도 심하다. 경제 분야의 공공기관 통폐합은 경제계와 과학기술계, 지방의회 모두가 반발하고 있다.

통폐합을 해야 하는 이유를 지목한 용역 결과부터가 엉터리라는 지적이다. 전문가 의견을 무시한 채 미리 결과를 정해 놓고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무엇보다 성장산업까지 하향평준화 시킬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애써 분야별로 전문화·특화해 놓은 지원 기관을 없애는 일이기 때문이다. 각종 지원 사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종합 지원 기관은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처사다.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 직원들은 벌써부터 불안에 떨고 있다.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다. 조직 통폐합은 명분과 직원들의 공감대가 형성될 때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