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중소 환경기업, 수출 역군으로 육성해야

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우리나라 중소기업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숫자가 `9988`이다.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가 중소기업이고, 전체 근로자의 88%가 중소기업 종사자라는 뜻이다. 한국 경제 근간으로서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말해 주는 사례는 많다. 예컨대 전자신문은 우수 중소기업을 소개하는 `미래기업 포커스` 코너를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특정 주제가 일간지 1면에 고정 게재되는 것도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좋은 사례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는 중소기업이 국가경제를 견인하려면 수출 기여도가 높아야 한다. 특히 정부가 조금만 지원해도 수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중소기업 지원이 중요한 과제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환경산업체의 평균 매출액은 약 16억원, 임직원 수는 7.5명으로 매우 영세하다. 이들에 수출경쟁력이 없으면 환경 산업에서 중소기업이 설 자리는 없다. 국내 환경 시장이 포화상태에 있다 보니 환경 기업은 생존을 위해 당분간 눈길을 해외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세계 환경 시장은 넓다. 시장 규모는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신흥 환경 시장이 연평균 7% 급성장세를 보이는 데 힘입어 2020년까지 반도체 시장 3배에 이르는 1조161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각국이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앞다퉈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환경산업을 경기 회복의 모멘텀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 프랑스 파리 협정에서 볼 수 있듯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이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등 환경산업에 대한 수요가 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망한 기술력을 보유한 환경 중소기업이 자본, 사업 실적, 경영 노하우 등이 부족해 해외 시장 독자 개척에 어려움이 많다. 해외 진출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현지에서 발주처 요청 변경 등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부가 이러한 중소기업을 지원해 국제무대에서 든든한 수출역군으로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 규모가 지난해 1월 이후 올해 3월까지 계속 감소, 역대 최장인 15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더욱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거 대기업 중심의 플랜트 수출에서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장치나 부품 수출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특히 환경산업 수출이 우리 경제에 효과적으로 기여하려면 장치나 부품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 값 비싼 로열티가 외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이 부품이나 장치를 개발할 때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밖에 지방자치단체를 알선해 사업 실적을 올릴 수 있도록 하거나 장기 저리 융자를 제공하는 등 중소기업 맞춤형 지원 제도를 더욱 고도화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노력들이 이뤄지면 대양같이 넒은 세계 환경 시장에서 우리 제품을 싣고 힘차게 항행하는 중수기업 수출 역군을 한껏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용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yjk@keit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