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핫테크]동일본 대지진 원인 `슬로 슬립` 바다 속에서 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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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공동 연구진이 지구의 판이 천천히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슬로 슬립(slow slip)` 현상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슬로 슬립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같은 거대 지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뉴질랜드, 일본 등 여러 국가 과학자들이 구성한 `히쿠랑기 해저 진동 및 슬로 슬립 연구단(HOBITSS)`은 해저에서 슬로 슬립을 관찰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슬로 슬립 연구는 대부분 육상에서 이뤄졌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했다.

뉴질랜드 히쿠랑기 해구에 설치한 해저 압력계(사진=요시히로 이토·교토대)
<뉴질랜드 히쿠랑기 해구에 설치한 해저 압력계(사진=요시히로 이토·교토대)>

슬로 슬립은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일본 쪽 북미판과 태평양판이 이루는 경계부에서 슬로 슬립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단층이 30~50m가량 움직였고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났다.

연구팀은 2014년 5월 뉴질랜드 히쿠랑기 해구 근처에 해저압력계 24기를 설치해 슬로 슬립을 관측했다. 판의 압력 변화를 이용한 원리다. 슬로 슬립이 발생하면 한 쪽 판이 다른 판 아래로 내려가는데, 이때 압력 변화가 생긴다. 판이 올라가면 받는 압력이 낮아지고, 판이 내려가면 받는 압력이 높아진다.

연구팀은 이런 과정을 거쳐 실제 슬로 슬립 현상을 확인했다. 2015년 6월 압력계를 모아 분석한 결과 2014년 9월 말~10월 초 슬로 슬립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한쪽 판 높이가 1.5~5.5㎝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슬로 슬립 현상을 연구하면 지진 조기 경보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통상적인 지진보다 지각 변동이 훨씬 점진적으로 이뤄진다. 이 같은 전조는 1947년 기스본 대지진 진원지에서도 발생했다.

연구에 참여한 요시히로 이토 교토대 박사는 “슬로 슬립을 관찰한 곳에서 2018년 해저 시추를 시행할 예정”이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슬로 슬립 매커니즘을 이해하고 쓰나미와 지진의 상관 관계를 밝혀 조기 경보 전략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