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판교 `벤처캠퍼스`, 한국벤처 미래를 연다.

정준 벤처기업협회장(㈜쏠리드 대표이사)
정준 벤처기업협회장(㈜쏠리드 대표이사)

지난해 6월 정부가 창조경제 실현 일환으로 `판교 창조경제밸리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판교테크노밸리 인근에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지정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창조경제밸리`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 기공식을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입주하는 판교 창조경제밸리에는 창업기업이 입주하는 `창업인큐베이터`, 성장단계 기업이 입주하는 `기업성장 지원센터`, 각 정부 지원기관이 들어설 `기업지원허브`,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대학교 공동캠퍼스가 들어설 `글로벌 Biz 센터` 등 다양한 공간과 시설이 집적될 예정이다.

기대감이 높은 것은 선도 벤처기업이 직접 스타트업을 육성할 이른바 `벤처캠퍼스` 공간이다. 벤처기업협회가 제안해 정부가 적극 수용한 벤처캠퍼스 개념은 개방적 혁신에 익숙한 벤처기업을 집적해 선도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간, 또는 스타트업 간 상호 종적·횡적 교류를 통해 순수 민간 혁신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같은 공간에 입주해 투자·액셀러레이팅·공동 연구개발(R&D)·스핀오프·인수합병(M&A)·재창업 등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벤처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곳에는 스타트업 육성 실적과 비전을 보유한 선도 벤처 기업과 이들이 육성하는 스타트업 1000여개가 입주한다.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공동랩, 유명 해외 창업카페, 해외 액셀러레이터 입주공간, 기업가정신 함양을 위한 벤처 아카데미, 청년 창업가를 위한 문화공간 등이 입지할 예정이다. 선도 벤처기업 자격으로 유명 해외기업 유치를 통한 글로벌 리소스도 제공된다.

기존 판교테크노밸리에 국내 유수 벤처기업이 대거 있음을 고려할 때 벤처캠퍼스는 선도 벤처기업의 지속적 개방 혁신을 촉진하는 M&A 산실이 될 수 있다. 해당 사업분야 선도 벤처기업이 철저히 시장의 시각으로 선발한 스타트업이기에 가능하다.

벤처기업협회가 구현하려는 벤처캠퍼스 개념은 사실 오래전부터 계획됐다. 벤처특별법 제정, 코스닥 시장 개설 등 1990년대 대한민국 벤처생태계 인프라 확충을 제안해 주도했던 벤처기업협회가 판교지역을 국내 벤처생태계 요람으로 지목한 것은 2001년이었다.

벤처기업의 도심지향적 속성과, 개발 제한 지역으로서 판교지역의 낮은 개발비용, 경부고속도로와 인접성 등을 고려해 협회는 당시 판교지역 약 280만평에 걸친 벤처클러스터 조성계획을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환경보호와 수도권 내 예비 주거공간 확보라는 반대논리에 막혔던 당시 판교 프로젝트가 부분적으로나마 판교테크노밸리를 거쳐 판교창조경제밸리로 실현돼 다행스럽다.

벤처클러스터 생태계는 단순히 많은 벤처기업이 몰려있다고 조성되는 것은 아니다. 창업을 위한 우수인재가 유입돼야 하고 창업과 실패, 재도전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대형기업과 혁신을 주도하는 스타트업이 함께 뒹굴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도전, 탄생, 성장, 성공과 실패, 실패의 자산화, 재도전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과거 테헤란밸리는 높은 임대료 문제와 한정된 공간이, 현 판교테크노밸리는 대형기업 위주 집적으로 소통과 교류 한계 등이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런 면에서 벤처캠퍼스는 우리나라 최초의 이상적 벤처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체 판교창조경제밸리 조성을 기획, 추진 중인 국토부, 경기도 등 관련 기관에 모든 벤처인을 대신해 감사를 표한다. 다만 벤처캠퍼스 조성과정에서 사업적 특징을 고려하지 않고 형평성과 재무적 관점이 지나치게 강조돼 애초 목적이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 프로젝트에는 단지 산업단지 1개를 조성하는 의미를 넘어 대한민국 벤처생태계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의 경제상황에서 대안은 국가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혁신 벤처·창업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벤처캠퍼스와 판교창조경제밸리가 판교지역을 넘어 대한민국 창조경제의 상징이 될 것으로 확신하며 마스터플랜의 철저한 실현을 기대한다.

정준 벤처기업협회장(쏠리드 대표) jchung@kov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