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정부 조직

신선미 기자
신선미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에 `대국대과(大局大課)제`는 관가의 주요 관심사였다. 당시 부처에는 피바람이 불었다. 유사·중복 업무를 통폐합해 상위직을 줄이다 보니 부처별로 상당수의 실·국·과장급 보직이 사라졌다. 방만한 공무원 조직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업무보고 라인이 줄다 보니 의사결정은 다소 빨리 이뤄졌지만 업무 처리에는 한계가 있었다. 부처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똑같은 잣대로 대국·대과제를 적용한 탓이다. 인위로 조직을 합치는 과정에서 칸막이 설정이 잘못된 곳도 생겨 났다.

중소기업청도 이러한 부작용에서 자유롭지 않다. 조직 가운데 해외시장과를 대표로 들 수 있다. 당시 `대국대과제` 도입에 따른 후유증을 지금도 심하게 앓고 있다.

중기청은 국제협력과를 해외시장과에 통합, 수출 및 국제협력 기능을 통합 운영해 왔다. 2011년 3월엔 폐지된 국제협력과가 잠시 되살아났다. 그러나 1년여 만인 2012년 4월에 다시 폐지되면서 해외시장과로 흡수되는 진통을 겪었다.

문제는 현재의 해외 시장과 업무 영역이다. 대국대과제 차원에서 조직이 통합됐지만 업무 수요가 늘고 전문성이 요구되면서 다시 부서 쪼개기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근 중기청도 상황을 인식,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시장과는 중기청의 중소기업 정책 기조가 내수에서 수출·해외 시장 진출로 전환되면서 업무 수요가 폭증하고 다른 부처와의 협업 업무도 늘어나는 등 사실상 고유 업무 영역이 확대됐다. 여기에 외국과의 중소기업 교류 업무 등 국제협력 수요도 늘고 있다. 그러나 제한된 조직 구조와 인력으로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조직은 주변 상황이나 여건에 맞게 변해야 한다. 정부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중기청은 중소·중견기업 정책을 다루는 곳이다. 기업 수요가 많고 정책으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면 과감하게 조직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중소기업을 살릴 수 있다.

신선미 전국부장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