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링거 지지율

[데스크라인]링거 지지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일 12일간 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를 거쳐 돌아온 초강행군이었다.

맘 편한 휴가 여행으로도 소화하기 힘든 여정에 링거까지 맞았다고 한다. 그리고 주치의로부터 귀국 후 절대 휴식을 권고 받았다.

여러 차례 정상외교에서 드러난 것이지만, 우리 대통령은 너무 바삐 움직인다. 한국사람 외국여행 가면 `여기 찍고, 저기 찍고, 한 군데라도 더 돌아다니며 사진 남기는 게 목적인 여행` 딱 그 모양새다. 여유가 없다. 빠듯하게 짜여야 가이드 잘하는 것이고 대통령실 의전이 잘 된 것 같은 강박처럼 보인다.

이번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보면서, 국민은 예전 아버지 박 대통령 때 아프리카 외교를 다시 떠올렸다. 4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미래를 위한 비전 공유나 약속은 뒷전으로 밀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오로지 북한과 관계 설정에 모든 걸 걸었다. `나랑 놀면 사탕 줄게` 하는 유치한 줄다리기는 보고 싶지 않았지만 재방송됐다.

인프라 투자나 ICT 협력 같은 약속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북한과 경협 중단`이 정말 약속인지 설익은 발표인지 세간의 관심이 더 쏠렸다.

이런 와중에 한반도를 둘러싼 미·중 두 강대국 신경전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리수용 북한 당 중앙위 부위원장을 면담한 것을 외교적 편짜기로 본 미국이 처음으로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미국이 북한과 실·비실명 금융거래를 모조리 차단하기로 하자, 다시 중국은 북한과 전략적 외교 통로는 닫지 않겠다는 선언을 공개적으로 내놨다. 일련의 상황이 우리 대통령이 나라를 비운 사이 벌어졌다. 사실상 한국은 제외된 링 위에서 미·중 빅매치는 계속됐다. 이는 7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전략대화에서 정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7일은 또 국내적으로는 20대 국회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선임 법정시한이다. 물론 1994년 6월 국회법 개정 이후 20년 넘게 단 한 번도 이 시한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 원구성이 완료되면 국회의장이 첫 전체회의 개의를 선언하고 의장 단상 아래서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대통령 순방기간 중 국회에서 의결돼 정부로 넘겨진 `상시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이 대통령에 의해 거부됐고, 순방은 끝났지만 대통령이 시정연설할 조건은 꿰맞춰지지 않았다. 결국,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넘어야 할 벽은 더 높아졌다.

나라 안팎 일이 복잡하게 꼬였다.

이럴 때 대통령 행보의 판단기초가 되는 국정지지율은 4·13 총선 이후 최고치인 36.2%(리얼미터, 6월 첫째주)로 올랐다. `내치`보다는 `외치`에서 더 점수를 얻는 박 대통령 지지율 특성이 이번에도 확인됐다.

`링거`는 뭔가 어려운 상황 속에도 열심히 하는 우리 사회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제 좀 지혜롭게 문제를 풀었으면 한다.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안 될 일이 너무 많아졌다.

이진호 산업경제부 데스크 jholee@etnews.com